서정주. 나는 그도 잊으면 안 되겠다. 한국이 낳은 위대한 시성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을. 시대가 시대인지라, 많은 시인을 낳았고 많은 시를 낳았다. 11년 전에 돌아가셨구나. 그 힘든 시기를 모두 이겨내시고 가셨구나. 그 중 난 그가 생전에 발표한 시들을 모아놓은 「질마재로 돌아가다」를 읽어보았다. 이 시집엔 잘 알려진 그의 걸작 시들이 많았다. 난 이 중에서 「산사꽃」이라는 시가 마음에 들었다. 여기에 전문을 옮겨본다.

 

 "산 보네 산 보네 밤낮 산 보네

 그대와 나 둘이서 바래 보기면

 번갈아 보며 보며 쉬기도 할 걸

 그대 길이 잠들고 나 홀로 깨여

 산 보네 산 보네 두 몫 산 보네.

 

 그대와 나 둘이서 맞추았던 눈

 기왕이면 끝까지 버틸 일이지

 무엇하러 지긋이 감고 마는가

 그대 감은 눈 우에 청청히 솟는 산

 산 보네 나 혼자 두 몫 산 보네."

  

 처음에 이 시를 보고 연인들이 함께 산을 보는 내용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점점 한탄과 함께 불안한 징조가 보이더니 마침내 "무엇하러 지긋이 감고 마는가"라는 문구를 보고 깨닫게 되었다. 화자는 바로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는 "혼자 두 몫"을 하고 산을 바라본다. 화자는 산을 보며 문득 잃었던 애인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제목인 '산사꽃'도 원래 '산사나무에 피는 꽃'을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산을 살피는 꽃'을 의미한다. 즉, 혼자서 두 몫 산을 보는 화자를 반영한다. 이 시는 잔잔하게 슬프다. 그래, 그래서 서정주가 '서정'시를 잘 쓰는구나. 언어의 배치가 매우 적절했다. 그래서 더욱 효과가 컸다. 서정주를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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