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하루하루 조금씩 엄마를 더 이해하고 더 많이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진실은, '어머니'란 가엾은 사람들의 유일하고 진정한 피난처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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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의 모든 작가들, 모든 위대한 인물들은 자신의 가족과 서신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유지했다." 정말로 이 말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생텍쥐페리라는 20세기의 위대한 작가가 자신의 어머니, 그리고 가족들에게 편지를 보내며 관계를 유지했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는 생텍쥐페리가 출간한 것이 아니라 그의 어머니인 마리 생텍쥐페리가 출간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지나치게 사적인 이야기는 삭제되었고, 일부 편지는 중간에 끊겨 있어서 상당히 불완전하다. 그러나 남아 있는 110통의 편지는 하나하나 값진 '생텍쥐페리의 삶의 기록'이며, 우리는 여기서 '작가'로서의 생텍쥐페리가 아닌, '아들'로서의 생텍쥐페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10살(1910년)으로 시작해서 실종될 때(1944년)까지 보낸 편지를 연대기순으로 정리해서 작가의 성장 기록으로 볼 수도 있다. 종종 생텍쥐페리가 그린 그림이 나와서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수학에 관심을 가지고 '수학적인' 표현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한 그가 어떻게 해서 숫자를 싫어하게 되어 있는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또한, 전쟁 시절의 기록보다는 평화 시기의 기록이 많아서 역사적인 사료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아쉬움일 뿐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남에게 읽힐 목적으로 쓰여진 글이 아니라, 자신의 어머니에게 보내어 더욱 순수하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만약 생텍쥐페리가 어머니 이외의 다른 사람이 편지를 읽을 것까지 생각했다면, 왠지 모른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신의 솔직한 글에 '검열'을 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이 편지는 가식이 첨가된 '솔직하지 못한' 편지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생텍쥐페리는 진심을 담아 떨어져 살아야 하는 슬픔을 딛고 편지를 보냈으며, 그것들이 하나 하나 모여 위대한 작품으로 재탄생되었다. 생텍쥐페리가 기뻐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편지들을 간직해주고 나중에 그것을 출판해 주어 지금 내가 이 글을 읽게 해주신 작가의 어머니에게 감사하고 있다.
 
 이 편지집에는 작가로서의 모습보다는 인간 그리고 아들로서의 모습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텍쥐페리는 어머니에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암시한다. 우리는 편지를 쓴 시기와 원주를 통해 『남방 우편기』, 『야간 비행』, 『인간의 대지』 등의 작품이 언제 그리고 어떤 동기로 쓰여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의외로 『어린 왕자』에 대한 암시는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편지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미 작가는 『어린 왕자』를 의도했음을 알 수 있다. 편지 속에는 생텍쥐페리가 그 소설에서 다루었던 문제 의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인간으로서의 생텍쥐페리, 아들로서의 생텍쥐페리에 대해 말하겠다. 그는 유별나게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강했는데, 이는 편지 속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예컨대, 이런 문장이다. 
 "엄마,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저의 재산입니다(p.312)." 
 "제 삶에서 가장 좋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엄마예요. (…) 제가 엄마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 저의 피난처는 엄마이며, 모든 것을 알고 계시고 모든 것을 잊어버리게 해주시는 것도 엄마니까요(p.235~236)."
 생텍쥐페리는 마치 일기를 쓰듯이 그 날 있었던 사건을 적고 그 느낌을 고백한다. 그 사이에 담겨 있는 욕은 오히려 순수함의 증거이다. 동시에 미성장의 증거이다. 생텍쥐페리가 얼마나 자신의 어머니를 사랑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자신의 가족을 사랑했는지 우리는 편지집 속에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생텍쥐페리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해보려고 한다면, 이 책을 먼저 권한다. 그리고 이미 『인간의 대지』나 『어린 왕자』를 읽은 사람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나 역시 부모님께 편지를 쓰고 싶다. 부모님께서 나에게 답장을 해주실지 모르겠으나 생텍쥐페리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그러고 싶다. 어떤 부끄러움도 없이 고백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생텍쥐페리가 사막에서 표류하고 다시 돌아온 직후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로 리뷰를 마무리하겠다.
 "제가 돌아온 건 조금은 콘수엘로를 위해서였지만, 저를 돌아오도록 한 건 엄마였습니다. 너무도 연약하신 엄마, 엄마는 자신이, 그렇게까지 강인하고 현명하며 너무도 은총으로 충만한 수호천사이며, 제가 밤에 홀로 엄마에게 기도드린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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