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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과 공자 - 강신주

책 제목을 보고 사람들이 물어본다. 공자는 알겠는데 관중은 누구죠? 왜 책 제목이 관중과 공자인거죠?

아마 강신주씨도 이런 질문을 예견했던듯 싶다. 그래서 그의 말을 빌려 대답을 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흔히 제자백가의 시작을 공자에서 찾는다.

그렇지만 이는 근대 이후 정착된 서양 학문의 분과 체제를 프리즘 삼아 과거를 살펴보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착시 효과다.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공자는 관중으로부터 많은 사상적 영향을 받았으며

가장 결정적으로 관중을 부각시켜야 하는 이유는 관중과 공자가 춘추전국시대를 관통하는

현실주의적 사유경향과 보수주의적 사유 경향의 원류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제자 백가의 시작을 관중으로 설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물어보는 사람이 몇몇 더 늘어나면서 그냥 책을 한 번 읽어보시라는 대답이 왠지 더 좋은 것 같았다.

어찌되었든 관중으로부터 시작한 시각이 신선한 것임은 틀림없다.

제나라의 환공을 패자로 만든 관중은 숱한 실패로부터 현실에 대한 감각을 정확히 인지했던 사람이다.

"주는 것이 취하는 것임을 아는 것이 정치의 보배"라는 말처럼 다른 제후국들과는 다르게

민중의 경제적 안정을 중요시했고 그들의 성장과 힘을 배경으로 강한 나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를 무정부주의의 핵심으로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경제적 혜택은 자발적인 복종의 씨앗을 심었고 그들이 안정됨에 따라 원활한 착취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것이 지금도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국가의 기본 이념과도 같은 것이다.

사실 생각해볼만한 문제라고 느꼈다.

사육당하는 가축에게 자유가 없듯이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가 있는지를 자문해봐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집중된 소수의 삶을 동경하며 살아가고 있고 국가의 존재가 우리를 위해 있는 것처럼 착각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국가 없는 사회에서는 진정으로 모두가 평등할 수 있을까? 게다가 그런 사회에서 이만큼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을까?

내가 가장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부분은 사실 공자에 있었다.

우리 시대에 4대 성인으로 분류되는 그를 꼼꼼히 돌아보다 보면

후대들의 해석에 의해 만들어지고 재창조된 부분이 없지않아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유가의 핵심인 인(仁)이라는 개념이 타인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귀족적인 의무 즉 노빌리스 오블리주를 의미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사회는 일종의 계급제도였는데 귀족층, 혹은 사회 지도층으로서 베푸는 사랑이 중요하다는 것을 주장한 것이지

내가 착각했던 보편적인 사랑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가혹하고 혹독하게 몰아치는 감이 없지않았지만 그의 비판은 날이 서려있었기 때문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비판적은 시각을 견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