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모든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고 먹먹하게 만들기에 부족함 없는 단어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의 표지엔 더하거나 빠짐 없이 꾸미는 말도 없고, 군더더기 단어 하나 없이 깔끔하다 못해 단출해 보이는 단어 하나만이
씌어 있다.
엄마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얼마전 최신 출간 책소개와 함께 방송에 나오셔서 조근조근 이야기 하시는 모습이 강한 울림과 감흥으로 남았기에 주저 없이 선택했던 책이다.
최근 몇개월 전에 박경리 선생님 유고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를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기억이 또렷이 새겨져 있음이 떠올랐기도 해서 시집을 읽지 않지만 그럼에도 시집을 펼쳐 들게 되었던 이유이다.
목차를 펼쳤다.
Prologue
사모곡을 엮어 내며
편지 하나
편지 둘
꽃물 든 그리움으로 - 시 스물 아홉 편
뎌 생생한 모습으로 - 시 스물 아홉 편
어머니의 섬 (어머니 생전에 쓴 해인 수녀의 시와 동시들) - 시 스물 한 편
추모 글 하나
추모 글 둘
Epilogue
당신께 전하는 감사 편지
쓰신 시 한편 한편 만남을 시작했다. 아~ 어찌? 연세도 있으신데 이리 고운 마음으로 고운 시선으로 소녀 감성을 담아내셔서 표현하셨을까?
수녀님과 어머님은 신앙으로 공유할 수 있으셨기에 생전에 많은 감정들을 주고 받으신 듯 한 느낌이다.
또한 어려서 추억 끌어내기를 하시면서 수녀님 어머님께서 수녀님 포함 자제분들께 쏟아내신 사랑과 여러 감정들을 무한히 읽어 내려갔다.
물론 수녀님께서는 그 많은 느낌과 헤아릴 수 없었던 무한한 것들을 200 페이지도 안되는 책 한권에 모두 쏟아내시긴 힘드셨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두껍지 않은 책이긴 하지만 한편 한편이 말할 수 없는 부러움을 느끼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어머님의 생활 모습 하나하나가 수녀님의 글감이 되어서 시집의 한편 한편 속에 담겨져서 마치 어머님의 생활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왓다.
또한 중간 중간엔 어머님께서 사용하시던 물건들에 대한 간략한 삽화나 사진, 그림을 실어서 그리움을 더 강조하시는 듯 보였다.
어머님과 함께 하신 빛바랜 사진들도 포함되어 있었고, 마지막 부분에 손녀가 할머님을 그린 아주 멋진 감탄할 만한 그림도 실려 있었다.
시라기 보다 그냥 글을 쓰신듯한 문체의 시도 보였다. 예쁘고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시지 않으시면서도 어머님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담아 내셨는지 어떤 시를 읽으면서는 의지 상관없이 감성샘이 자극되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림도 느껴졌다.
서두에 실린 편지는 어머님에게서 받은 편지와 수녀님께서 답으로 쓰신 편지를 실어 놓으셨다. 그 편지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님께서 백수를 누리셨다 할 정도로 연세가 적지 않으셨음이다. 그럼에도 자녀로서의 수녀님께서 느끼시기엔 하나하나 안타까움으로 변해서 어머님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에 수녀님께서 쓰신 편지에 어머님 연세를 아흔으로 표기하셨으니 어머님 장례미사는 2007년이었고, 연세가 가늠이 된다.
와 두분이 신앙이 있으셨기에 신앙안에서 복을 받으신 걸까?
세간에서 언급되는 표현으로 백수를 누리신 것이 맞는 듯 싶다.
(물론 수녀님은 얼른 회복되셔서 더 건강한 모습에 담긴 글들을 만나게 되었음 한다.)
이렇게 감성이 무한 자극되어서 코끝이 찡해지고 가슴 한켠이 오롯이 먹먹해지고 뭉클해짐을 느끼며 단숨에 한 호흡에 앉은 자리에서 읽어내려갔다.
그렇게 해서 길지도 짧지도 않은 책 마지막 당신께 전하는 감사 편지까지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 줄에서 다시 짠한 느낌과 안타까움을 담아낼 수 밖에 없었다.
그 마지막 글귀는 2008년 여름 병실에서 이해인
이렇게 씌어 있었기 대문이다.
책을 덮으며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들
어머님을 떠올렸다. 이해인 수녀님처럼 표현할 언어적 능력과 감성은 미치지 못한다 치고, 곰곰히 끄집어 냈다.
얼마나 많이 가슴 떨리고 설레고 여러 추억들을 꺼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사로잡혔다.
선뜻 표현하기 쉽지 않았다.
더불어 책을 덮고 나서 마구마구 엉킨 실타래처럼 떠오르는 것들이 무수히 많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살아계실 때 더 많은 추억만들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고리에 묶여진 추억의 이미지들을 놓치지 않고 소중히 간직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엄마와의 튼튼함을 담은 연결선을 만들고,
그 후에 내가 더 나이들어 당신들과 같은 나이에 이르렀을때
자녀들이 나를 부모로 추억하며 꺼내어 볼 수 있는 것들을 위해서 의지적이든 아니든
이왕이면 더 아름다운 것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예쁜 것만이 꺼내 볼 수 있는 추억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예쁘지 않고 나쁜 추억들이라 할지라도 그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할 것이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다른 연결고리가 되어 엮이고 있었다..
아주 불현듯...말이다.
해야 할 과제가 하나 내 앞에 뚝 떨어진 느낌이다.
어려워 하지 않고 그냥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면 뭔가 만들어지고 채워지지 않을까?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돌아보면 아쉬움이 물밀듯 밀려와 포로로 만들것을...
수녀님도 아름다운 추억이 있었음에도 어머님에 대한 생각을 쏟아내실때면 무한 아쉬움이 선행되어지신다는데
부족함으로 뭉쳐진 나는 위로라는 합리화에 심호흡을 하고 다시 새로운 각오를 다져본다.
더 늦기 전에...
일반적으로는 심하게 식상할 수 있겠으나
수녀님 책 속에서 다루어진 엄마라는 단어는
흔하다고 함부로 대하면 안될 거 같았다.
그 이유는 바로
수녀님의 절절함을 담은 필체속에 어머님에 대한 여러가지 것들을
가슴 깊은 곳으로 부터 풀어내셨기 때문이리라...
수녀님의 시들을 읽으면서 감히 나름대로의 울림이란 것을 새겨 넣을 수 있었음에 행복한 하루였다.
엄마
누가 종이에
'엄마' 라고 쓴
낙서만 보아도
그냥 좋다
내 엄마가 생각난다
누가 큰 소리로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만 들어도
그냥 좋다
그의 엄마가
내 엄마 같다
엄마 없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플 때
제일 먼저 불러 보는 엄마
엄마를 부르면
일단 살 것 같다
엄마는
병을 고치는 의사
어디서나
미윰도 사랑으로
바꾸어 놓는 요술 천사
자꾸자꾸 그리워해도
그리움이 남아 있는
나의
우리의 영원한 애인
엄마
-pp.106~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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