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책은 이번이 세번째 접하는 것이다.  <그리워 하다 죽으리> <무사 백동수> <차랑> 이것이 그것이다.

 

세 책에서 나타난 저자의 특색이 달라도 심하게 달라서 비교하기 조차 쉽지 않지만, 또한 세권 읽고 비교한다는 자체가 우습지만 개인적으로는 단연 이 책이 으뜸이다. 

사실 이수광 작가님의 책을 접한 것은 물론 역사서나 역사를 주제로 한 소설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후기를 읽고 나서 괜찮겠다 싶었고, 작가님 매니아인 어떤 분의 댓글을 보고 호기심을 가득 담은 채 반신반의 하며 찾아 읽기 시작했다.

 

차랑~ 왕을 움직인 소녀

제목과 표지의 느낌이 분명 역사속 여인을 묘사한 것일텐데 왠지 표지의 소녀의 옆모습에서 품어나오는 느낌은 차다고 할 수도 없고, 슬프다고 하기도 애매하고, 뭔가 눈빛에 의도를 담고 자아내는 눈빛이랄까? 특이하고 묘한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을 읽게 된 두번째 이유가 바로 이 표지에서 드러나는 마력 같은 힘에 무너지듯 끌려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치링은 성주에서 유명한 대가집 규슈였고, 문랑이라는 언니를 둔 소녀의 이름이었다. 위로 오빠는 돌림병을 앓고 나서 약간 부족함이 배어나오게 되고, 결혼 후 아버지와의 뜻하지 않은 마찰로 인해 집을 나간 상태였고, 언니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 역할까지 하며 내면의 부드러움을 숨긴 채 내내 동생에게 양보하며 호탕한 대장부 기질을 드러내며 지내고 있었다.  주인공 차랑은 돌림병을 앓고 오히려 지혜를 얻게 되서 인근 도처에 소문이 자자할 정도였다.

 

차랑은 어머니를 생각해서 초파일에 절에 갔다가 화적떼를 만나 불미스런 일을 당하려던 때 지나가던 소년 선비 원규(조선시대 박팽년의 후손의 명문가 자제)의 도움을 받게 되서 화를 면하게 된다.  이 일로 인연이 되는 듯 했는데....

인간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이 상황에 맞는지는 모르곘으나 이 일이 그다지 행복하게 그녀의 앞날을 운수대통으로 만들어 주는 일은 아닌 듯 보였다.

 

차랑의 집에 새언니 즉 올케언니의 오라버니가 있었는데 이 인물이 요주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차랑은 사돈이긴 하지만, 자기의 서가(전국 선비들에게까지 알려진 서가를 가지고 있었다.  선비들이 오고가며 묵거나 할 때 책을 두고 가게 하거나 필사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규칙으로 삼고 있다.) 에서 고서를 빼돌려 되팔아 버리는 것을 눈치 채고는 고서를 직접 만들어 낸 듯 했다.  이것을 모르는 사돈은 좋다고 빼돌리고 팔려 하지만, 인기가 없는 책임을 알게 되고, 우연히 그 책 내용을 살펴보게 된다.  어쩜 이리 똑같을까? 지금 자신의 누이의 시댁의 일 즉 차랑의 집의 상황과 똑같은 이야기였던 것이다.

 

사람의 맘에 존재하는 악의 기운은 조선 그 옛날에도 있었나 보다.  사돈은 그 기운을 뿌리치지 못하고, 우연히 알게 되는 사내와 누이 동생...그리고 주위의 여인네들과 함께 계략을 꾸민다.

그러나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 했던가? 어느 정도 잘 되어가는 듯 보였다. 가족들의 의심을 받긴 했지만, 누이와 그 사내의 완벽한 연기에 그럭저럭 모면하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영위하고 있었다.

 

사돈에게는 욕심이 점점 채워서 넘쳐 흐르고 있었지만, 본인은 알 수 있었다.  결국, 차랑이 화를 면하게 도와준 선비인 원규와 혼럐를 하려 하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해서는 안될 일을 벌이려는 계략까지 사내와 꾸미고, 실천에 옮기기 까지 한다.

 

두 가문(차랑의 집과 원규의 집)은 불미스런 일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차랑의 언니와 아버지도 죽게 되고 만다..

 

여러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서 억울함을 고을 수령이나 등등 가족들이 알리며 노력을 했지만, 모두 허사고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원규와 혼례를 하기로 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이 그냥 세월을 보내며 지내는데...

 

안되겠다 싶은 차랑...결국 용단을 내려 왕을 찾아간다. 

 

와 어찌 이렇게 과감하게 추친할 수 있을까? 맘은 갈기 갈기 상처 투성이로 표현조차 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경상도에서 한양까지 여자 혼자의 몸으로~ 그 먼길을 걸어서 도착했다니...

 

이야기 처음에 집 나간 오라버니의 등장으로 얼굴을 익혔던 차랑~

본인이 가지고 있던 지혜를 몇 백배 발휘해서 오라버니까지 불러서 사건을 해결한다.

 

휴~

문체의 흐름이 길지 않고, 긴장감도 어느정도 포함되어 있었고, 이야기의 정점과 복선도 묘사되었다.

이야기의 내용이 먹먹하고 가슴 시리고, 애잔하기까지 해서 읽는 내내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조선시대 여인으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음은 다 알고 있는 진리에 가까운 진실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오라버니의 부재 속에 겉모습은 유했지만, 내면의 가득담긴 지혜로 수십명의 남정네들의 몫을 거뜬히 해낸 여인

책을 읽는 내내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마지막에 왕인 영조의 도움으로 지혜로운 관리의 힘을 빌어 두 가문이 화해를 하긴 했지만, 어찌 하찮을 수 있는 일개의 개인에게 이처럼 처참하게 농락당할 수 있었을까?

선비의식으로 인한 자존심 대결? 허울만 있는 체면치레가 불러온 안타까운 결말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서릉 읽을 때마다 꼬리를 물고 스물 피어오르는 생각이 있다.

현대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행복이고 행운인가 하는 것이다.

 

앞으로 이수광 작가님 책은 계속 빠져들어 헤어나올 수 없는 느낌으로 펼쳐들게 될 듯 싶고, 매력에 한동안 푹 빠져서 다른 책들도 계속 읽게 될 듯 싶다.

 

조선시대의 안타깝다 못해 씁쓸함을 담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할 수 있었음에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