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다시 둘만 남았다. 바깥의 노구솥 아궁이에서는 불땀에 시달린 삭정이가 튀는 소리가 고즈넉하였다.
이제는 울음의 마귀와 밀고 당기던 게임도 끝이 났다. 실컷 울고 난 다음의 써늘한 공허가 다시 우리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한동안 침묵이 흘러갔다. 바람벽으로는 울음의 마귀가 머리를 빗던 빗살 무늬의 등잔불 그늘이 벌레처럼 스물스물 기어오르다간 다시 미끄러져 내리곤 하였다. 동구 밖 멀리서 개가 두어 번 짖다 말았다. 
어머니는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그렇게 두 어린 형제는 날품을 팔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꾸려나가는 어머니를 밤 늦게까지 기다리는 일상을 견뎌내고 있다. 일상이 이렇게도 배고프고 힘겨운 삶일진대 어린 두 형제는 아직 그 무게를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어머니를 기다리는 동안의 두려움... 차라리 그것은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어머니 이외에는 아무런 보호막이 없는 어린 형제에게는 어머니가 홀연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그러나 겉으론 내색할 수 없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을 것이다.
이유모를 두려움은 그러나 이내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것마저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보다는 어느샌가 세상에의 호기심이 더 커져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것을 "성장"이라고 부른다면 이 소설은 "성장소설"임에 틀림없다. 어린시절의 특별한 기억에 대한 회상이 아련함과 동시에 잔잔한 회한을 가져다 주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