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살육의 정당성을 끝까지 주장하도록 해주는 것은 역시 인종적 감정이다. 사람 보는 데서 대변을 보고, 음식이라는 것이 고향의 어떤 쓰레기통 속에서 나온 물건보다 더러운 것을 먹는 노란 녀석들을 위해서 싸우고 다치고 죽는다는 일처럼 비합리적인 것도 없다고 미군은 생각할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달러가 아니라 누구를 위해서인가 싸워야만 한다. 살인마저도 공중에서는 기술적이요 땅 위에서는 인디언 토벌처럼 유희적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누군가를 위해서 해야만 한다...

아직도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미국'이 존재하는 한, 베트남은 반드시 다시금 읽어야 할 테마일 것이다. 어찌보면 역사기술(記述)은 힘의 논리다. 그 논리를 뒤집기 위해서는 지배-피지배의 구조가 뒤바뀌어야 함은 필연이며, 그 속에서 진실을 규명하는 몫은 후대를 살아가는 '시대의 양심'에 지워진 굴레일 수도 있다. 그 중심에 '대한민국'도 존재하고 의당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작가는 각인시키고 있다. 

미국이라는 잔악한 사냥꾼이 집어삼키고자 했던 '노란 짐승' 사냥에 '대한민국'은 사냥개 노릇을 자처했기 때문이다. 원조라는 허울좋은 당근에 영혼까지 팔아버린 꼴이 돼버리고 말았다. 작가의 지적대로 우리는 베트남 민중에 머리조아려 사죄해야 한다. 그래서 씻을 수 있는 역사적 과오가 아닐 것이나, 반드시 그들의 상처를 달래 주어야 한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의 일방주의와 신자유주의는 그 한계를 드러내며 무너지고 있다. 약소국을 짓밟아 얻어낸 자국의 이익이 다름아닌 미국의 "대외원조"의 허울임을 직시하여야 한다.
 
미국의 대외원조는 다음과 같은 목적과 결과에 의하여 분류함.
미국의 세계적인 군사, 정치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것.
문호개방정책, 즉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의 자유, 무역, 미국 기업의 투자 기회를 얻기 위한 것.
무역과 투자기회를 찾는 미국 기업에게 즉각적인 경제적 이득을 주기 위한 것.
저개발 국가에서의 경제발전이 확고하게 자본주의 방식에 따라 뿌리를 내리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
원조 수취국들이 점점 더 미국의 다른 자본시장에 의존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
확대된 차관에 따른 부채는 거래중심국 자본시장에 대한 원조수취국들의 구속 사슬을 영속화함

...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