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암, 당신의 얼굴을 기억할 수 없습니다. 
얼굴을 떠올리려 하면 할 수록 당신의 영상은 제게서 멀어집니다. 
얼굴을 떠올리려 하면 할 수록  당신의 몸짓이, 표정이 더욱 더 희미해집니다.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용기가 제게는 없었습니다. 그랬더라면 조금더 잘 기억할 수 있었을텐데,,, 이 마저 당신에게 다시금 죄를 짓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마리암, 당신을 영원히 기억해야만 합니다. 당신이 살아낸 참혹한 세월을 똑똑히 기억해 주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평생을 속죄하지 못한 죄인으로 살아가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마리암, 당신은 하라미(하녀에게서 낳은 딸)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것인지 몰랐습니다. 
어머니가 그토록 퍼붓던 독설과 저주의 말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끔찍한 삶에 대한 힘없는 저항이라는 것을 미처 몰랐습니다. 그것을 알았을때, 어머니는 이미 삶의 끈을 놓아버린 후였습니다. 살아가는 이유의 전부가 당신에게 있었다는 것을 마리암, 당신은 몰랐던 것입니다. 이땅의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했습니다.

어떤 이는 혁명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쿠데타라고 합니다. 어떤 이는 침략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해방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게도 배움의 기회가 있었다는 사실이 까마득히 먼 이야기로 들립니다. 그러나 어떠한 가르침보다도 당신의 숭고한 죽음이 가르쳐준 ’사랑’은 그 어떤 누구도 감히 가르치려들지 못할 ’찬란한 눈물’입니다. 폭력은 그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지배 수단이라는 것을 우리는 눈 앞에 펼쳐지는 살풍경한 현실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살갗이 찢기고 피를 흘리며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견뎌내야 했음에 절망했습니다.

무엇이었을까요? 무엇이 우리를, 우리의 삶을, 우리의 모들 것을 단지 생명을 부지하는데 소진하도록 만들었을까요? 
이에 대한 가르침 역시 마리암, 당신에게서 얻습니다. 당신이 흘린 뜨거운 눈물이 우리 아이들의 머리를 적십니다. 당신은 죽음으로써 영원히 우리 가슴에 살아있을 것입니다. 그 빛으로 살아서, 악착같이 살아서 당신의 희생이 헛되지 않음을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치겠습니다.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고,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으리

그렇게 마리암, 당신은 천개의 찬란한 태양으로 우리의 마음 속에서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고이 잠드소서. 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