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는 어찌보면 대중적이지 못한 장르다. 아마도 즉흥연주(에드립)에 익숙하지 못한 탓도 있으려니와 재즈선율 자체의 난해함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일면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은 마치 "재즈"를 연주하는 듯한 구성과 이야기 전개를 표방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심플한 사건전개지만 복잡한 화법-사실 어느부분에서는 화자가 누구인지 모르겠다-에 당황케 하는 소설이다. 이러한 부분을 에드립이라고 해야할까?

에드립,,, 이 소설을 대변하는 키워드일지도 모르겠다. 개개의 악기가 하나의 화음을 내기도 하지만, 나름의 음악에 대한 해석과 독창적인 주법으로 전체를 헤치지않는 범위에서 즉흥적으로 연주를 해내는 음악이 재즈라고 하면, 이 소설 역시 화자가 장면장면 달라지는 면에서는 재즈연주를 모방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렵다. 분명 색깔은 다르지만, 누가 어느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는 주의깊게 관찰하지 않으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한 흑인 중년남자가 정부였던 여자를 살해하는 사건에서 출발한다. 대단히 충격적이고 다음에 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긴장감을 갖게하는 도입부분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점차 사그러지는데, 요는 이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기 보다는 주인공과 그 주변인물들이 살아온 과정과 개개의 감정묘사에 치우치게 되면서 점차 1900년대 초반 미국사회에서의 흑인의 삶과 그들의 애환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조금은 낯선 소설이다. 소설의 전개방식이 그렇고 전체적인 정서 또한 낯설다. 우리전통의 지배적인 문학정서가 ’한(恨)’이라고 할때 흑인들의 그것과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 있을텐데 우리의 정서와는 또 다른 미국사회의 단면이 있다. 거꾸로 그 부분을 엿볼 수 있고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굳이 노벨문학상 수상작이어서가 아니라, 이(異)문화의 독특한 정서가 묻어있는 수작이다.
영화라면 전체적으로 어두운 화면과 느린 전개, 그리고 그 위를 감싸는 블루스의 애잔한 음악이 짙게 깔려있는 무거운 이야기가 될듯 싶다.

’듀크 엘링턴’이 새삼 반갑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