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제목 자체가 참 멋있는 책이다. 제목만 보고서는 오지여행전문가인 한비야씨가 또 어떤 희한한 나라를 가보고 쓴 책이 아닐까 지레짐작했었다.

하지만 나의 섣부른 짐작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책은 월드비전의 긴급구호팀장으로 아프가니스탄, 네팔, 북한 등 세계 여러 나라의 긴급구호 경험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그동안 내가 미처 보지 못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국제뉴스에서 어느 나라가 쿠데타가 일어나고 어느 나라와 어느 나라가 싸운다는 소식을 들으면 예전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지만, 이제는 굶주림과 불안에 고통받을 그 나라의 국민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시에라리온이라는 처음 듣는 나라의 다이아몬드 이야기도 참 충격적이었다.

다이아몬드 광산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세를 과시하느라 죄없는 사람들의 손목과 발목을 무수히 자르고 천인공노할 방법으로 사람을 죽인 자들의 내전에 필요한 총과 마약을 마련하기 위해서, 하루 한 끼를 먹어가며 인생대박을 꿈꾸며 하루 열시간 이상 땡볕아래서 더러운 웅덩이 물에 몸을 담그고 일하는 시에라리온의 아이들이야기 말이다. 그들의 희생으로 발견된 다이아몬드가 세팅을 거쳐 어느 누구의 손이나 목에 걸려지겠지만, 다이아몬드 구입을 위해 낸 돈은 총과 마약을 사는데 쓰여진다니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야기였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커피전문점 앞에 있는 커피 재배하는 아이들의 사진이 생각나는 건 비단 나뿐일까?  

 

또한 구호활동을 하면서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해 마음껏 친해질 수도 없는 상황이 가슴 아팠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열렬한 사랑을 갈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인간적인 친분을 쌓기 위해 같이 차 마시고 수다를 떠는 것조차도 그들에게는 금지되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사는 이 곳이 현재 정치적, 국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상태이고 , 하루 세끼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아주 사소한 사실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또한 제목 자체가 주는 느낌,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는 나의 능력을 넘어서서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일에 마음껏 도전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