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은 보라색이다. 그래서 컴퓨터 바탕화면도 보라색으로 설정해 놓았고, 당연히 보라색 옷과 귀고리 등의 비율도 높다. 그 멋스러움과 매력이란! 보라색이 잡아끄는 힘에 나의 시선과 손길은 늘 수동적으로 이끌릴 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지금 그냥 주위를 둘러보아도 보라색밭이다. 입고있는 위아래 츄리닝, 옆에 놓인 머그잔, 저기 옆 책상 위 액자, 옷걸이와 보라색 치마도 눈에 들어온다. 그래 난 보라순이다~색깔별 특성이나 성향에 대한 글을 읽어보면 보라색에 대한 키워드들은 이렇다. 예술, 매력, 음울, 개성, 고귀함, 정신병에 이르기까지..Dare to be the purple ! 이라는 보라색의 개성과 우월함을 뽐내는 듯한 예전 모카드사의 광고카피도 참 마음에 들어서 기억에 뚜렷이 남아있다. 

영화감독 박찬욱. 첫째도 개성, 둘째도 개성, 무엇보다도 오직 개성이라는 그 한 문구로 자신의 개인적, 영화적 성향을 다 드러내는 듯하다. 이 책은 그가 무명 영화평론가, 시나리오 작가였을 때부터 유명 감독이 된 후에까지 각종 매체와 인터뷰하고 쓴 글들을 모아 낸 에세이집이라 하겠다. 자신이 감독한 영화들의 뒷이야기, 그가 사랑한 B무비들, 그 외 영화와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통해 그의 글빨과 유머를 확인하며 나름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그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감독이라고는 말 못하지만, 감독의 이름을 믿고 영화를 선택하게 만드는 영화감독 중에 하나라는 점에서는 그러하다. 그간의 여러 책, 인터뷰, 영화 등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그의 개성이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책읽기를 좋아한다는 점을 진작부터 맘에 들어하기는 했다. 그래서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코너에 맨처음으로 연재되었을 때 그가 감동받고 재미있게 읽은 책들은 무얼까 궁금해하며 살펴보았던 기억도 난다. 

"자신이 당대의 유행에 거슬러 가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승인해야 되려 맘이 편해지고 안정감이 생기는, 그런 타입이니까요, 나는."

 자매품 <박찬욱의 오마주>의 책소개를 보니 왠지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더 깊고 전문적으로 파고들 것 같아 좀 꺼려지기도 하지만, 그의 글빨과 유머가 녹아있다면 가이드 삼으며 찾아 읽게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