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인 저자가 천국이 따로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여러 곳들을 다녀와서 만화형식으로 여행기를 낸 책이다. 이들 세계오지는 양면성을 지닌다. 경쟁없이 자족의 생활을 영위하는 지상낙원일 수도 있지만, 우리(문명국가의 현대인들)의 기준으로 바라볼 때, 오랜 불평등의 관습, 비위생, 풍토병, 권태로움, 생명의 위험, 정치경제적 불안, 미개함, 가난 등의 집합소가 될 수도 있는 곳들이다. 아무튼 오지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파퓨아뉴기니의 식인종, 아마존의 아나콘다와 식인물고기 피라냐, 일부다처제의 아프리카 원시부족 이야기 등등.

 

작가는 머리말에서 대한민국의 현모습과 여행의 참의미를 아주 잘 말해놓았다.

“남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서 진정한 휴식이 없는 생활, 경쟁이 삶의 신조가 되어버린 우리들...그러기에 병든 마음과 무표정한 얼굴들,

그리고 반복적인 일들이 주는 권태로부터 우리는 탈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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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힘은 이렇게 일상생활을 탈피해서 다른 지역의 문화를 보고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그 차이와 같음을 확인하고 우리의 삶의 지표를 때로는 수정하고 곧추세워보는 것이리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쉼없이 나오는 현장에서 나는 이삭을 줍듯이 여행이 준 선물을 조금씩 챙겼다.“

 

세계오지들은 심심한 천국일 수 있는데 반하여, 여행에서 돌아오면 신나는 지옥일 수도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작가는 신나는 지옥이 아니라 어떻게 신나는 천국을 만들까라는 고민을 여행 내내 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현재 대한민국의 어두운 단면을 나타내는 키워드들(세계 최장 노동시간, 높은 자살율과 이혼율, 삶에 대한 낮은 행복감 등...)로 볼 때 신나는 천국은 요원한 것이 사실인 듯하다. 하루아침에 대한민국이 원시공산주의가 되어 부의 불평등 없는 균등분배를 한다거나, 미래의 몇세대까지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의 엄청난 천연자원이 발굴된다거나 하면 우리도 신나는 천국이 가능할까? 그럼 한국도 심심한 천국이 되는 걸까?

 

어쩌면 문명의 이기에 너무 길들여 있는 현대 도시인들은 심심한 천국보다는 신나는 지옥을 택할 것이리라. 그런데 나는 심심한 천국을 택하겠다. 물론 나이가 더 들어서...아니 지금도 가끔씩 자주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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