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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시원한인터뷰] 당신의 인생에 필요한 1cm를 찾아라!

책을 읽는 것에서 벗어나 페이지를 접어보기도 하고, 책과 함께 일광욕도 즐겨보라며 독자들을 등떠미는 당돌한 책이 있다. 지난 2008년, 카피라이터 특유의 기발한 발상과 관찰력을 보여주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1cm>의 후속작품 <1cm+>이 바로 그것이다. <1cm+>는 첫 책에서 보여주었던 위트와 감성을 한층 플러스해 세상을 보고, 느끼고, 이야기하라고 재촉한다. “왜 이렇게 독자를 귀찮게 하느냐”는 물음에 김은주 작가는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카피라이터답게 톡톡 튀는 감성으로 엮어낸 김은주 작가의 <1cm+>는 인생에 필요한 1cm를 찾아나서겠다는 당찬 포부로 시작된 책이다. 하지만 그 숨은 1cm가 무엇인지 해답은 제시하지 않는다. “그것만은 오롯이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었다”는 작가는 그 대신 우리에게 다양한 1cm들을 제시한다. 1cm만큼 일상을 비틀어보기도 하고, 1cm만큼의 차이를 가늠해보기도 하면서. 자꾸만 무언가를 시키고, 생각하게 하는 이 책이 번거롭기보다 흥미로운 이유는 한장 한장 책을 넘길 때마다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때문은 아닐까. 책 속에서 끈질기게 당신을 귀찮게했던 목소리가 궁금하다면 지금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2008년 출간된 <1cm>는 해외 번역 출간까지 됐다고 들었습니다. 소감이 어떤가요?

한국 독자뿐만 아니라 세계 독자들까지 만나게 돼서 정말 기뻐요. <1cm>가 판매되고 있는 중국의 대표 온라인 서점 사이트를 들어가본 적이 있어요. 반응이 어떤지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리뷰가 2천 개 이상 등록돼 있고 평가 점수도 생각보다 아주 높더라고요. 중국어를 아는 친구에게 리뷰 내용을 물어봤는데 좋다는 반응이 많다고 하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정말 행복했어요. 지금도 훌륭한 한류 컨텐츠가 많은데요, 그 중에서도 도서 컨텐츠가 좀 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1cm>가 조금이나마 그에 이바지할 수 있어서 뿌듯해요.

Q 신작 <1cm+>는 5년 전 작품인 <1cm>와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요.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세상을 보는 시선이 더 다양해지고 깊어진 것 같아요. 같은 일상이라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어요. 특히 이번 책은 전문 일러스트레이터 양현정 작가와 작업을 해서 그림도 한층 더 섬세해졌어요. 위트와 공감은 그때나 지금이나 늘 중요한 요소이고요.

Q 일러스트레이터 양현정 작가와의 인연이 특별하다고 들었어요.

제가 한동안 인테리어 소품에 관심을 갖고 찾아보던 때가 있었어요. 당시에 인터넷으로 북유럽 느낌의 인테리어 소품을 찾아보다가 마음에 쏙 드는 포스터를 발견했죠. 자세히 보니 아래에 ‘허즈베리’라고 작가 이름이 써있더라고요. 그 이름만 보고 처음에는 외국 작가인 줄 알았어요.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그 분이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가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사실대로 고백했죠. 그림이 너무 맘에 들어서 그러니 함께 작업을 해보자고요. 말하자면 제가 직접 섭외한 셈이에요(웃음).

Q 첫 동반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그림과 글의 호흡이 아주 좋아요.

양현정 작가와의 모든 작업은 이메일을 통해서 진행했는데요. 그게 마치 어렸을 적 친구와 하던 펜팔 같아서 즐거웠어요. 제가 글을 쓸 때 내용에 맞게 어느 정도 그림을 구상해서 전달해주면, 그것을 참고해 양현정 작가가 작업을 해주었죠. 일러스트를 보고 제가 의견을 주고, 이런 방식으로 여러 번의 수정작업 끝에 일러스트가 하나씩 완성됐어요. 양현정 작가가 제 글을 보고 자유롭게 구상한 일러스트도 있고요. 힘든 과정이었던 만큼 멋진 작품으로 탄생한 것 같아 모든 작업을 마친 후 저와 양현정 작가 모두 행복해했어요. 그 행복이 아마 독자들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요.

Q 최근 번역에 참여한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이 국내 출간되었죠. 번역 작업은 어땠나요?

단순히 번역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카피라이팅을 가미하는 작업이었어요. 평소에도 저는 텍스트와 다른 요소를 결합해서 작업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럴 때면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어떤 시너지가 발생하는 게 느껴지거든요. 그 편이 텍스트만 가지고 작업을 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요. 그런 점에서 이번 작업은 텍스트와 사진이 결합된 것이라 상당히 흥미로웠어요. 원작의 영어 제목은 단순하고 직설적이었는데, 저는 독자들이 사진과 제목을 보고 그 너머를 상상할 수 있는 제목을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독자들이 상상력을 발휘하고 또 다른 스토리를 연상하도록 만들어줄 카피들을 생각했죠.

Q 그 중 기억에 남는 사진과 사연이 있다면.

‘Bodysurf’라는 영어 제목의 사진이 있었어요. 해변가에 여자가 누워있고 남자가 그 위로 부딪힐 것처럼 떨어지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에요. 그 사진을 보고 떠오른 영감으로 ‘전부를 던져야 사랑을 얻는다’라고 카피를 썼는데, 알고 보니 사진 속 두 남녀 무용수는 실제로도 연인 사이더라고요. 사진을 통해서 전해지는 느낌과 카피가 통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억에 남아요

© Jordan Matter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中 ’ 전부를 던져야 사랑을 얻는다 Body Surf’ 편

Q 홀수 페이지를 모두 ‘N+1’로 표기한 게 조금 특이했어요.

작가 소개에도 썼지만 저는 위트와 공감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독자부터 평소 책을 많이 읽지 않는 독자까지 모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어요. 책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싶었거든요. 예를 들어, 페이지를 접으면 내용이 반전된다거나 세계 최초 독자 몰래 카메라를 숨겨놓는다거나 하는 것들이요(웃음). 사실 페이지를 ‘N+1’로 표기하는 건 출판사 아이디어였는데요. 이런 소소하고 재미있는 표현부터 시작해서 <1cm+>의 첫 장을 펼칠 때부터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의 총체적인 과정이 독자에게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디자인했어요.

Q 책 속에 후회나 미련을 두지 말라는 이야기가 자주 보여요. 평소 본인의 성격은 어떤가요?

평소의 저요? 전혀 쿨하지 않죠(웃음). 작품 속에서 후회나 미련을 두지 말라고 했던 것은 오히려 그 반대의 개념이에요. ‘미련은 무언가를 못다 이루었을 때보다 무언가를 못다 해봤을 때 생겨난다’고 책에 쓰기도 했는데요. 나중에 미련이 남지 않도록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인 거죠.
어떤 때에는 ‘이건 안돼’ 라고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놓아주지 못하면 끝까지 스스로를 괴롭히게 돼요. 그런 순간에는 말 그대로 쿨하게 ‘안녕’ 할 수 있어야겠죠. 현재에 충실하되 스스로를 놓아주는 순간도 분명 필요해요.

Q 작품 속 내용 중에 ‘금지를 금지하라’는 부분이 있는데요, 그렇게 변화를 추구한다는 게 쉬운 일 같지만 실천하기는 어렵잖아요. 그런 경험을 시도한 적이 있나요.

신체적으로는 그다지 액티브하지 않은 사람인데요. 그렇다 보니 당연하게도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서 지금껏 자체적으로 운동을 금지해왔어요. 그런데 그 운동금지를 금지하기 위해 생애 최초로 헬스장을 다니기로 결심했어요. 패기 넘치게 3개월치를 한꺼번에 등록했는데요. 등록하고서 5번 정도밖에 가지 않아서 돈을 모두 날렸어요(웃음). 결과야 어찌됐든 저에게는 굉장히 대담한 행위였죠.

Q 현재 작가의 인생에 필요한 1cm 는 무엇인가요?

지난 한 달 동안 경쟁피티를 준비하느라 매일같이 야근하고 주말에도 일을 했어요. <1cm> 개정판 준비에 필요한 원고도 아직 전달하지 못했고요. 그래서 요즘 출판사에서 걸려오는 전화가 몹시 두려운데요(웃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 필요한 건 아무래도 1cm의 여유가 아닌가 싶어요.

Q 지금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나요?

제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은 글이 됐든 그림이 됐든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일이에요. 그러니 지금 저는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거죠. 광고도 그렇고 책을 쓰는 일도 모두 그런 종류의 일이잖아요. 앞으로 제가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 중 하나가 작사인데요, 이렇게 형태는 계속 달라질 수 있지만 그 결과물을 가지고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나눈 소통과 공감을 통해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더 좋겠죠.

Q 위트와 공감을 중요시한다고 했어요. 카피라이터로서 본인이 쓴 카피 중 가장 위트 있다고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카피도 광고하는 제품이나 브랜드에 따라서 톤이 달라요. 던킨 도넛 광고를 오랫동안 했는데 그때 카피에 위트를 가미할 기회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 중에 라디오 광고 하나를 소개해드릴게요. 

Q 카피는 대체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요.

카피라는 게 공감을 자아내기 때문에 감성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저는 감성적인 것보다는 생각을 가장 단순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요. 영감은 여기저기서 다양하게 얻어요. 텍스트를 비롯해서 재미있는 간판이나 다른 카피에서 얻기도 하고요. 평소 시각적인 요소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라서 최근에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브루노 무나리의 작품을 즐겨 보고 있어요.

Q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야 하는 직업적 특성상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무엇인가요?

카피를 쓸 때는 고려해야 할 상황이 정말 많아요. 광고주나 시장 상황, 광고 타겟 등이요. 제가 쓰고 싶은 카피보다 그 상품이 잘 팔릴 수 있는 카피가 더 중요하니까요. 그런 모든 걸 떠나서 내 마음대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어요. 그렇게 내가 쓰고 싶은 걸 쓰면 스트레스가 해소 돼요.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글을 쓰고 난 후의 성취감이 가장 큰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