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약 1천여 명의 관객들이 참여한 가운데 ‘2013 K.A.O.S 音(음)과 數(수)의 판타지’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수학콘서트 ‘K.A.O.S’ (Knowledge Awake On Stage)는 ‘무대 위에서 지식이 깨어나다’라는 의미로 세계적인 수학자와 타 학문 전문가들을 초청해 중고생을 비롯한 대중에게 자연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토크 콘서트다. 삼성동 블루스퀘어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된 콘서트는 가수 루시드폴이 사회를 맡았고 박형주, 진은숙, 김민형 교수의 강연으로 꾸며졌다. 찬란한 가을과 함께했던 음과 수의 판타지 속으로 빠져 들어보자.

 

↑진행을 맡은 가수 루시드 폴

 

진행을 맡은 루시드폴은 “‘판타지’의 사전적인 의미는 ‘공상, 허상’이지만, 모든 예술에서는 창작의 법칙이라는 의미로 사용한다”며 “이번 수학 콘서트는 진은숙 교수의 키워드인 ‘판타지’를 차용 해 ‘음과 수의 판타지’라는 타이틀을 만들었다”고 수학콘서트를 설명했다.

 

↑박형주 교수

 

인트로 강연을 맡은 박형주 교수는 고대 문명에서 음악이 주요 학문으로 분류됐던 역사적 맥락을 소개했다.

 

“음과 수학의 관계는 수학자들이 수천 년 동안 연구해오던 주제예요. 음과 수학의 관계에 관심을 가진 이집트, 바빌로니아, 그리스 문명이 있어요. 바빌로니아 문명은 상업 수학이 발달했고, 이집트 문명은 치수 수학이 발달했죠. 이와 달리 그리스는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수학이 발달했어요.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타고라스의 주장을 보면 음과 수학의 관계를 더 잘 설명할 수 있어요. 피타고라스는 산술, 기하, 천문, 음악을 중요학문으로 생각했어요. 이것은 고대 그리스에서 음악을 수학의 한 분야로 여겼던 걸 보면 알 수 있어요. 이 영향이 중세 유럽까지 큰 영향을 끼쳤고 그래서 중세에도 음악과 수학은 동급으로 취급받았어요. 그러나 현대에 오면서 이런 전통이 사라졌죠.”

 

이어 그는 소리와 수학의 연관성을 음악적인 현상에 비유하며 음과 옥타브 등 소리의 단위 속에 존재하는 수학 법칙 등의 사례로 음악과 수학의 밀접한 관계를 강조했다.

 

“소리는 공기압력의 변화가 파동의 형태로 우리 귀에 전달되는 거예요. 우리 고막은 압력센서인 셈이죠. 하지만 들을 수 없는 파동 또한 우리의 생활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잠수함은 저주파를 이용하고 라디오는 초고주파로 이용해요. 또 다른 예도 찾아볼 수 있어요. 우리가 듣는 가장 단순한 소리는 하나의 음높이를 갖는 거예요. 이것을 수학과 연관시킬 수 있는데요. 음악적인 현상을 수학 공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거죠. 사인 함수로는 물리적인 현상인 용수철의 높낮이도 설명할 수 있어요. 사인 함수라는 수학적인 공식으로 풀면 수학자들에게는 이 두 현상은 같은 현상으로 보이는 거예요. 하나의 수학 공식으로 많은 현상을 인식할 수 있어요.“

↑ 진은숙 교수

 

이어 수학 콘서트의 메인 순서인 진은숙 교수의 강연이 진행됐다. 진은숙 교수는 관객들에게 음과 수의 관계를 이론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의 산물인 자작곡을 들려주며 실질적인 음과 수의 관계를 보여줬다.

 

“음악과 수학 사이의 두 분야의 공통분모를 역사 속에서 살펴보자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음악은 수학의 영혼이다”는 말 속에서 파악할 수 있어요. 레오나르도 다빈치뿐만 아니라 수많은 음악과 수학을 연구하는 사상가들, 많은 작곡가가 음악과 수학의 연관성을 말해왔어요. 음악이라는 것은 음향들이 시간적, 공간적 차원에서 어우러진 구조를 말해요. 그러나 이 둘의 미묘한 차이점도 있죠. 음악 작품에는 논리성이 있어요. 하지만 그 논리라는 것은 수학적 논리와는 다른 것이죠. 음악의 논리는 융통성이 있는 논리를 말해요. 미묘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수학과 음악에는 공통점이 존재해요. 이 두 학문의 공통점은 수학자와 음악가 모두같은 호기심에서 출발한다는 거예요.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호기심에서 말이죠. 수학은 냉정한 논리와 이성, 음악은 판타지적인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지만 서로 연관성이 있어요."

 

진은숙 교수는 음악이 수학과 조화를 이루는 형태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사례들을 들며 관객의 이해도를 높였으며, 음과 수의 연계성을 미디어 아트로 선보여 환호를 받았다.

 

“저는 자연과학과 수학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단순한 예로는 오버톤 구조, 배음 구조를 사용해 작곡하기도 했어요. 배음이란 음이 하나 울리면 그 음을 기반으로 동시에 파생음이 울리는것을 말해요. 이 음들의 조합이 어떤가에 따라 음의 성격이 결정됩니다. 배음구조는 한 음의 물리적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시적인 차원의 상음들의 관계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끌어내 거시적인 차원에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새로운 시도를 하더라도 음악적 결과물은 음향학적인 차원에서 유기적이고 아름답게 들릴 수 있습니다. 수학적 사고의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작품은 저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입니다. 앨리스 전문 연구가 마틴가드너 씨의 주석이 달린 책을 공부했고 학자들의 다양한 시각이 저에게 영감을 줬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20세기의 인문학, 과학에 등장할 개념을 다루고 있는데 짧게 소개하자면, 5번째 장면 ‘미친 티파티’에 나오는 서곡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곡의 주제는 ‘정지된 시각’으로, 스토리는 파티에서 미친 모자장수가 노래했는데 너무 못 불러 화가 난 여왕이 시간을 6시에 묶어놓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김민형 교수

 

다음 순서로 앞서 들었던 두 강연을 정리해주는 마무리 강연이 이어졌다. 김민형 교수는 박형주 교수와 진은숙 교수의 강연 중 중요했던 부분을 다시 관객들에게 짚어주었다. 김민형 교수는 관객들에게 음과 수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관객들이 직접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으로 수학 콘서트를 마쳤다.

 

“이전의 강연들을 정리하면서 마지막 강연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음악을 수학만 가지고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답을 주기보다는 질문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쇼팽의 ‘에튀드’ 악보를 보면 시각적인 효과가 대단합니다. 물결이 흐르는 것 같기도 하고 짜임새 있게 모여서 건축물이 되기도 하는 것 같죠. 굉장히 시각적인 파워가 강하고 아름다움이 악보 속에 있습니다. 악보를 보는 사람이면 의식하지 않아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음악은 창작과정의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작은 구성요소들이 어떻게 합쳐져 거시적인 구조가 되는지 그 흔적이 악보에 남아있죠. 시각적인 파워가 강한 것 같습니다. 쇼팽의 ‘에튀드’ 악보를 통해 음악과 수학에 대해 살펴본 결과, 음악은 구조의 수학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악보에는 구조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구조를 이해한다고 해서 음악의 창작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음악을 정의할 수 있는 수학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개발되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번 수학 콘서트를 마칩니다.”

 

이번 수학 콘서트는 고대, 중세와 달리 현대에 들어 간과되어왔던 ‘음악’과 ‘수학’의 관계를 되짚어보고 현대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 마지막 순서는 진은숙 작곡가와 김민형 교수, 박형수 교수, 루시드폴이 한자리에 모여 수학자와 음악가가 보는 수학적 법칙과 현상 등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나누며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