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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시원한인터뷰] 이승과 저승 사이, 망자가 바라본 세상

위화의 신작 장편소설 <제7일>은 출간 전부터 중국 내에서 철통보안에 부쳐진 작품이다. 해적판이 활발한 중국 내 시스템을 우려해 출판사 내에 비밀금고를 마련,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한 관계자도 5명이 채 안될 정도였다고 한다. 독자들의 반응 또한 엄청났다. ‘위화 작가의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출시 전 주문량이 70만 권을 넘어섰고, 책을 읽은 독자들은 “기존의 위화 소설을 넘어서는 작품”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제7일>은 불의의 사고로 죽은 주인공이 7일 동안 연옥에서 이승의 인연들을 만나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고 사랑을 재확인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사회의 부조리마저 해학 넘치는 문장으로 그려내는 위화 특유의 이야기 솜씨는 여전하다. <인생> <허삼관매혈기>를 통해서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 받는 중국 작가로 우뚝 선 그의 매력이 십분 발휘되는 소설이다.

신간 출간과 함께 방한한 위화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놓쳐서는 안 되는 인생의 요소들을 중국 현실과 함께 풍부하게 담았다”며 작품 소개를 시작했다.

Q 한국은 얼마 만에 다시 찾은 것인가요.

2000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었고 그 뒤 ‘세계작가와의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2007년 방한했습니다. 그 뒤로 몇 번 더 한국을 찾았고 올해는 5번째 내한입니다.

Q 시작부터 주인공이 죽어버리는 독특한 도입부로 시작되는 <제7일>은 ‘사후세계’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같은 소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배경은 사후세계지만 작품은 현실 속 여러 상황을 다룹니다. 양극화된 사회 면면과 소외계층, 사회의 부조리한 측면도 조명되는데 사후세계라는 공간이라면 이런 현실에서 일어나는 여러 이야기들을 객관적으로 그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죽은 다음에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데, 오히려 그런 입장이라 현실 속 여러 사건을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어요.

Q 현실 문제를 작품에 설정하고 녹인 이유가 특별히 있나요.

중국은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많은 부작용을 겪고 있어요. 오늘날 중국은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어느 것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죠. 특히 불평등 문제가 심각합니다. 전 이런 모습이 중국 경제발전의 폐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을 통해 중국 내 발발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다뤄보고 싶었어요.

Q 소설 안에는 다양한 사람과 사연이 등장합니다. 정이나 관계, 인연이나 인간성 등 인류가 살아가는 요소들이 실감나게 담겨 있는데 수집계기 또한 궁금합니다.

기본적으로 실제로 중국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어요.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 속에서 어떻게 그려내야 할지 고민스러웠지만 대부분 제가 보고 겪었던 일이 소설화 되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매일 수많은 일들이 벌어져요..<제7일> 안의 이야기들은 허구가 아닌 현실입니다.

Q <제7일>은 양페이와 양아버지의 이야기로 인해 또 다른 가족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핏줄을 중요시 여기는 한국에 비해 중국 사회는 어떠한가요.

혈연을 중시하는 건 어느나라나 비슷할것이라고 생각해요. 작품을 통해 따로 가족에 대한 새로운 표상을 제시하려고 했던 건 아닙니다. 중국에는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라는 옛말이 있는데, 기르는 사랑 또한 중시하는 문화가 존재하죠.

제가 중학교를 다닐 때 양부모님께 길러진 친구가 있었죠. 그 친구는 친부모님 집에 가서 좋은 게 있으면 가져다가 양부모님에게 가져다 드리곤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예를 들자면, 지난 5월 관계자와 함께 프랑스에 방문했을 때 동행인이 와인을 고르길래 제가 선물하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말하기를 “이건 나를 길러준 할머니에게 선물할 거라 내가 직접 사야 된다”고 말하더군요. 본인은 12유로짜리 와인을 고르고 할머니께 줄 선물은 100유로짜리 와인을 사더라고요. 중국에는 이렇게 길러준 정에 대한 생각이 각별하기도 합니다. 이런 전통에 대해 이야기한 것입니다.

Q 주인공 양페이 성격이 굉장히 잔잔합니다. 욕망 없는 캐릭터로 담담하게 소설 안에서 전달자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인물 구상은 어떤 주안점을 두고 생각한 것인가요.

양페이는 소설 안에서 죽은 사람이기 때문에 차분하게 그려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감정기복도 크고 활발했겠죠. 하지만 죽은 사람은 그렇지 않잖아요. 양페이가 망자이기 때문에 저 또한 더 냉정하게 여러 상황을 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서 말했다시피 죽은 사람을 통해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싶었으니까요.

Q 3일째에서 친부모에게 간 양페이가 27일 뒤 다시 양진바오 품으로 돌아오는 장면이 나옵니다. 친부보다 양부를 선택하는 양페이의 모습이 의외였는데요.

그건 전적으로 양페이 선택이라고 봐야 합니다. 양페이가 과거를 그리워해서 돌아온 것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워요. 사람에게는 어떤 곳이 무조건 좋지만은 않잖아요.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듯이 여러 가지 감정을 가지고 양페이가 소설 안에서 선택한 몫입니다.

Q 중국의 자본주의, 그 안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소설의 큰 축인데 중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자본이 만드는 역사, 경제적인 발전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13년 전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공항에서 중국어 간판을 찾아 볼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고 많이 놀랐던 것이, 공항이 너무 화려하고 면세점에도 중국어가 가득하다는 점이에요. 그 정도로 한국도 경제가 발전하고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졌다는 의미겠죠. 모든 국가가 마찬가지겠지만 경제적으로 성장한 만큼 화려해지는 반면에 사회 문제 또한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 또한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아마 한국도 중국과 같이 이런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작품에는 SNS에 대한 문제도 담겼습니다. 보도되지 않는 진실이 밝혀지는 디지털 시대에 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는데 평상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가요.

‘지금’에 관심을 가지는 건 작가로서 당연한 과제라고 생각해요. 나와 비슷한 세대의 작가들은 대체로 현실 세계를 주시하죠. 물론 소설 안에서 현실을 다루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저는 책이 가진 힘은 바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독자는 소설을 읽으며 현재를 알아가겠지만 미래 독자들이 본다면 과거 이야기가 무척 신기하겠죠. 사실 지금 중국은 소설보다 조금 더 황당하기도 합니다. 소설이 아무리 황당해도 중국 현실을 따라가지는 못해요(웃음).

Q 촉망 받는 치과의사였지만 놀고 싶어 문학을 시작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소설을 쓰는 그 이유는 아직 유효한가요.

물론입니다. 이건 제 자유와 관계된 문제예요. 저는 하고 싶은 일은 무조건 해야 하는 성격이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치과의사로서의 삶은 저에게는 전혀 즐겁지 않았거든요. 전 문학을 하는 지금이 더 행복하고, 놀기 위해 창작을 한다는 생각은 여전해요.

Q 글을 쓰면서 스트레스 또한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어떤가요.

지금은 별로 글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때 가장 힘들었어요. 그 당시에는 쓴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어떻게 써야 할 지도 몰랐거든요. 하지만 요즘은 글이 제게 너무 익숙해져 버렸어요. 집필할 때는 내가 무엇을 쓰고 있다는 자각 또한 느끼지 못할 정도입니다. 내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릴 정도로 집중하고 몰두해서 글을 쓴다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요.

Q 책을 많이 읽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작가 생활에 영향을 받은 책을 꼽아준다면요.

제가 어릴 적에는 책을 모두 불태웠던 때였습니다. 출판 및 판매, 독서, 소유를 금지했던 시기라서 불타지 않았던 책이 없었죠. 간혹 남아 있는 경우는 앞과 뒤가 다 떨어져나가고 제목도 알아볼 수 없는 그런 책들이 많았어요. 전 주로 그런 책들을 읽었던 터라 제목도 작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영향 받은 책을 콕 집어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Q 한국 독자들은 중국에 언론의 자유가 없고 출판에도 제약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과거 중국 정부는 언론과 문학에 대한 통제가 심했지만 지금은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요즘 책은 출판사가 주로 많은 걸 결정해서 출간하는 분위기고, 일일이 심사를 받지도 않아요. 소설은 억압되어 읽히는 게 아니라 독자가 찾아서 읽는 것이니 언론보다는 영향력이 낮아요. 그 때문에 언론매체를 향한 통제보다는 약한 편이죠.

Q 주인공 양페이처럼 저승에서 이승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면 어떤 기억을 제일 먼저 되돌아볼 것 같은가요.

죽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일단 제 스스로를 애도할 수 밖에 없겠죠.

Q 최근 한국에서는 <허삼관 매혈기>가 배우 하정우 주연,연출로 결정되어 큰 화제를 모았는데, 알고 있나요?

여러 국가에서 영화화 요청이 있었으나 한국 판권을 소유한 현 제작사와의 우정과 신뢰로 한국에서 첫 영화화가 되길 희망했죠. 하정우라는 배우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출연 영화는 대부분 보았어요.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 속 배우가 내 작품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는데, 매우 만족스러운 상태입니다.

Q 그 동안 집필한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무엇이고, 작가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아무래도 최근에 쓴 소설이 가장 마음에 남아요. 현재는 내 소설 중에서 <제7일>이 가장 좋네요. 작가로서 목표가 있다면, 스스로 만족할 만한 작품을 집필하는 것입니다. 독자 분들 또한 모두 만족하면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