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후배랑 봤던 서점의 어떤 책에 이런 것이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사는 것'

 

을 이야기하던 그 책의 광고문구에는 '미친 것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때 함

 

께 있던 후배에게 진짜 그러냐고 물어봤던 적이 있었다. 나름대로 평탄하게 살아가고 있

 

다고 생각했던 그 후배는 '그런 것 같아요'라는 말을 했다. 남자들이 모르는 그런 세상이

 

있었다. 남자들이 사는 세상도 힘들지만, 여자들은 더욱 힘들지도 모른다. 결코 제대로

 

알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D등급 그녀'는 그런 우리시대의 '미쳐야 살아갈 수 있는 여

 

자'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다. 그 이야기는 이 책의 홍보문처럼 '김삼순'과 이어진다. 하

 

지만 '김삼순'이 30대의 여성들을 이야기를 보여준다고 한다면, 'D등급 그녀'는 청춘을 모

 

두 아버지의 병간호로 보낸 주인공 '고우신'은 어떻게 보면 우리네가 오래전부터 이야기

 

하는 '효녀'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시각으로 보면 '고우신'은 바로 상을 받을 사람인

 

거다. 하지만 '고우신'이 살아가는 세상은 그런 과거의 세상이 아니고, 그래서 '고우신'

 

이 살아가는 이 세상은 너무나 힘겹다. 경쟁이 강요되는 세상, 다른 이들을 만나는 그 순

 

간부터 순서를 정하고, 차례를 정하고 등급을 나누는 세상이다. 그 세상에서 '고우신'의

 

등급은 'D등급'이다. 그리고 이 책 'D등급 그녀'는, 남들이 보기에는 미련하고 바보같은

 

청춘을 보낸 '고우신'이 스스로에게 위로를 보내고, 자신과 같은 우리나라의 아마도 80%

 

는 될 'D등급'들에게 보내는 위로다. 그것도 유쾌하게 말이다.

 

  '고우신'의 시작은 신파다. 우리네 사는 세상에 아직도 이런 여자가 남아있나 할 정도로

 

'고우신'의 이야기는 신파다. 학교도 포기하고 아버지를 간호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그 시

 

간을 지나 만난 애인은 이제는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사법고시'에 합격하니 그 동

 

안 자신을 뒷바라지 한 애인을 버리고 돈많은 집 여자에게 달려간다. 그것도 그 일에는 바

 

로 '고우신'의 어머니가 가장 큰 역할을 한다. 그렇게 '고우신'은 신파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그런 시간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 신파의 마지막에 '고우신'은 유쾌한 반란을 시작한

 

다. 가볍게도 보이는 이 이야기는 하지만 너무나 화려하지 못한 '고우신'이 세상에 던지는

 

화려한 반란을 즐겁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신파보다도 못한 인생을 살아가는 우

 

리들 모든 'D등급들' 아니, 'D등급'조차도 되지 못하는 우리시대의 청춘들 모두를 위로한

 

다. 미치지 않으면 세상을 살아가지 못하는 모두에게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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