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읽지 않았으면서도 읽었다고 착각하는 책들을 갖고 있다. 그리고 보지

않았으면서도 보았다고 생각하는 영화들도 갖고 있다. 그 책들과 영화들의 공통

점은 바로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세익스피

어의 작품들인 '로미오와 줄리엣', '맥베스'와 같은 작품들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영화는 '벤허'와 같은 작품들이 그러한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 이미 그 내용과 등

장인물들과 이야기가 너무나 익숙해서 마치 읽거나 보았다고 착각하게 되는 작

품들인 이러한 상황은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 작품들에게는 무척이나

실례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의외로 읽지 않고도 읽었다고 착각하는 이들

이 많은 작품이다.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로 가게 되는 과정도 알고 있고, 그 곳

에서 '앨리스'가 만나는 이들도 너무나 익숙하게 알고 있기에 '이상한 나라의 앨

리스'는 이미 우리가 직접 읽은 것처럼 느끼게 된다. 아마도 그렇게 느끼는 사람

들의 절반 정도는 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라고 한다면

줄줄 이야기할 것이다. 그만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우리에게 익숙한 책이

고, 익숙한 이야기다.

  하지만 역시 책은 직접 읽어보는 것만큼 좋은 만남은 없다. 이미 익숙하게 알

고 있고, 그 '이상한 나라'에서 '앨리스'가 만나는 그 많은 인물들과 사건들을 익

숙하게 알고 있지만 다시 읽어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상상했던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것은 너무나 익숙한 줄거리로 알고 있던 '이상

한 나라의 앨리스'이지만 직접 책으로 '앨리스'와 함께 여행하는 '이상한 나라.

는 더욱 흥미로운 곳이고, '앨리스'가 만나는 '모자 장수'와 '흰 토끼', 그리고

'공작 부인'과 '아기', '하트의 여왕'까지 그 모든 등장인물들은 더욱 이상한 인

물들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상한 나라'에서 '이상한 인물'들과 만

나고 경험하는 그 모든 '이상한 일'들이 결국 마지막에 아무런 연결도 없이 끝

맺음을 함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은 또한 책을 통해서 '앨리스'와 함께 책

속으로 빠져들어 모험을 하는 이들에게만 책이 선물하는 특별한 경험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미 줄거리를 알고 있다고 해도, 읽기를 통해서 직접 만나는 것이 바로 '고전'

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려주는 것이 바로 이 작품 '이

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