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밤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후반기를 장식하는 소설이다. 그리고 애거서

 

크리스티의 후반기에 가장 실험적인 소설이기도 하다. 이 끝없는 밤을 읽다보

 

면 애거서 크리스티가 자신의 작가 인생의 후반기에 조금은 고민을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하나의 사이클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실험과 시도로 가득 채워진 창조적인 시작과 그 시작의 창조적

 

인 도전들이 재료가 되어 꽃을 피우는 중기, 그리고 초기와 중기의 힘으로 마지

 

막을 달려가게 되는 후기로 말이다. 그런 점에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도

 

후기에는 안정적이지만 새롭지는 않고, 때로는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작품을 만

 

나게 된다. 하지만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는 그런 자신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일 지

 

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작품들에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바

 

로 이 끝없는 밤으로 나온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작품 끝없는 밤은 사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초기 작품들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중기와 후기의 작품들은 일정한 추리소설의 틀, 특히

 

나 애거서 크리스티 스스로 만들어낸 틀에서 이야기가 진행이 되고, 그것이 매력

 

이 되는 그런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끝없는 밤은 그러한 애거서 크

 

리스티의 틀을 벗어난다. 그리고 아마도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른 작품들을 읽은

 

이들이 이 작품이 나온 시기를 알지 못하고 읽게 된다면 초기에 실험적인 작품들

 

과 함께 쓰여진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이 작품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고 상당히 다른 부분들을 많이 갖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초기의 명

 

작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에서 일인칭의 화자는 많이

 

등장하기에 특별하지는 않지만, 특히나 이 작품의 경우에는 일인칭의 화자가 단순

 

히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서 이야기가 진행이

 

되기에 다른 일인칭의 작품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

 

한 끝없는 밤의 분위기는 다른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과는 다른 색깔을 이 작

 

품에 입히게 된다. 무엇인가 끈적끈적하게 이야기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느낌을 읽

 

는 이들에게 주는 것이다.

  이 끝없는 밤은 추리소설이다. 하지만 다른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보다 훨씬

 

더 이상한 추리소설이다. 사건이 상당히 후반기에 나오는 것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진행 방법이지만, 이 작품에서 살인 사건은

 

이야기가 2/3 정도 지난 지점에서 벌어지고, 더불어 그 살인 사건은 너무나 담담

 

하게 처리가 된다. 아니 아예 독자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어

 

지는 살인 혹은 사고들도 마찬가지로 담담하게 툭 던져지고 잊혀진다. 물론 추리

 

소설로 이 작품을 읽는 이들은 그러한 부분들에 집중하게 되겠지만, 그럼에도 그런

 

부분들의 자세한 묘사가 흐려지는 방법을 통해서 애거서 크리스티는 색다른 추리

 

소설을 독자에게 선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마지막 모든 사건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

 

졌을 때 독자들은 깨닫게 된다.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고 생각한 그 모든 일들이 모두

 

하나의 사건으로 향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끝없는 밤은 애거서 크리

 

스티의 후기에 가장 인상적인 작품 중의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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