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호도의 차이는 있지만, SM이 우리나라 아이돌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독보적이다. 무엇보다도 SM은 기존의 아이돌에 대한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에 있어서 가장 탁월한 기획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SM의 기획이 만들어낸 가장 최고의 결과물은 레드벨벳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레드벨벳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가장 최근에 데뷔를 한 SM의 가수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을 제외하고도 레드벨벳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충분히 의미를 갖는다. SM은 새로운 아이돌을 내놓을 때마다 새로운 시도를 해왔고, 레드벨벳은 분명 소녀시대와 에프엑스와는 또 다른 영역을 만들고 확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이 미니 앨범 'The Velvet'에서 우리는 또 다른 레드벨벳과 아이돌이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모습을 만나게 된다.

  이 미니 앨범 'The Velvet'은 상당히 실험적이고 도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앨범에 담긴 노래들이 특별히 대단한 시도를 만날 수는 없다. 그동안 우리가 흔하게 들어온 그런 음악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음악들에 아이돌이라는 말을 붙이면 조금 달라진다. 이 앨범에 담긴 노래들은 상당히 아이돌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아이돌 중에서도 걸그룹스러운 음악은 결코 아니다. 아이돌들은 경쟁이 치열한 만큼 다양한 컨셉트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어필한다.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 퍼포먼스에 집중이 된다.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아이돌의 음악, 그 중에서 하나의 앨범을 발표한다면 타이틀 곡이 되는 음악에는 어느 정도 일정한 틀이 존재한다. 그 틀을 레드벨벳은 깨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인 '7월 7일'은 전혀 걸그룹의 타이틀 곡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함께 담긴 'Cool Hot Sweet Love', 'Light Me Up', '처음인가요', '장미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의 모든 곡들이 봄 시즌에 나온 걸그룹의 노래라고 하기에는 마이너한 감성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걸그룹의 틀을 모두 깨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바로 그 부분에서부터 이 앨범은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레드벨벳이 아직 데뷔한 지 2년 정도가 된 팀이라는 것도 작용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이 상당히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여전히 우리나라 최고 걸그룹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소녀시대의 경우에도 새로운 시도들을 끊임없이 했지만, 생각보다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레드벨벳의 이 미니 앨범은 상당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앨범을 통해서 분명히 레드벨벳은 조금 더 영역을 확장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전의 밝고 신나는 곡들 이외에도 발라드라는 의외의 선택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레드벨벳의 이 미니 앨범의 성공은 레드벨벳이라는 팀을 다른 아이들과 다른 모습으로 확실하게 자리하게 할 수 있다. 봄의 이미지와는 살짝 어긋난 마이너한 곡이 주는 울림 자체가 레드벨벳의 새로운 시도를 더욱 더 강화하는 가운데 우리는 걸그룹이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물론 이런 마이너한 감성이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것에는 레드벨벳이 갖고 있는 상당히 고른 멤버들의 실력도 작용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보여줄 레드벨벳의 또 다른 모습들을 이 앨범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더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