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은 20세기를 담고 있다. 단순히 작가가 살았던 세상을   이야기에 담는 보통의 모습과 비슷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애거서 크   리스티의 작품이 쓰여진 시기는 두 번의 세계대전과 함께 흘러갔기에 그녀의 작품   속에서는 두 번의 전쟁과 그 사이의 세상의 변화를 그대로 담고 있다. 더불어 어쩌   면 현대라는 말이 상징하는 지금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시기를 애거서 크리스티는   살았기에 그녀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지금의 시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단면   이기는 하지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리고 그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녀가 만들어낸 탐정들의 시선을 통해서라는 부분에서 또 다른 특별한 점   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것은 그녀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두 명의 명탐정인 포와로   와 마플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나이를 먹은 노인의 모습이었지만, 그들은 애거서 크   리스티와 함께 나이를 먹으면서 그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낸 사람의 시선으로 그 세   상을 바라보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선을 통해서 우리는 역사책에서   는 볼 수 없는 모습을 하나의 추리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애거서 크리스   티라는 작가의 작품이 갖고 있는 큰 매력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매력을 볼 수 있는 작품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복수의 여신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중에서도 상당히 유치하게 보이는 제목   을 갖고 있는 이 작품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대표적인 명탐정 중의 한 명인 미스 마   플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더불어 이 작품은 애거서 크리스티가 그녀의 후기작들에   서 보여주는 실험적인 시도를 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이전에 나온   카리브 해의 비밀과 이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카리브 해의 비밀에서 사건을 해결   하기 위해서 함께 협력한 래필 씨의 죽음에서부터 미스 마플의 모험이 시작하기에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카리브 해의 비밀과 직접적으로 이어지며, 또한 작품 속의   이야기에서 미묘하게 카리브 해의 비밀을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작가는 또 다른 한 작품을 통해서 3부작을 구성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   서는 미스 마플을 위해 작가가 자신의 작품 인생 후반기에 들인 노력을 살짝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은 조금은 난해하고 전성기에 비해서   힘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고는 하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른 후기작들에 비해서 전   성기의 느낌을 더 강하게 느끼게 한다. 더불어 그녀가 나이를 먹으면서 바라보는   변하는 영국의 모습을 이 작품에서도 그대로 담아내는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그   시대의 변화를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특히나 영국의 노부인이 변화하는 시대를 경   험하고 자신의 주변이 변하는 모습을 이야기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특히   나 후기의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작품들은 상당히 색다른 재미를 준다고 하겠다.     이 작품 복수의 여신은 직접적으로 미스 마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의   범죄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갖고 있는 이 노부인을 통해서 범죄에 대항하고 사건   을 해결하는 그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이 느끼는 정의가 이루어졌다는 느낌을 이   작품에서는 더욱 강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세상을 떠난 래필 씨가 만들어 놓은 진   실을 향해서 나아가는 그 길과 하나 하나 치밀하게 구성해 놓은 장치들을 작품을   읽어나가면서 만나는 재미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른 작품들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작품의 범인찾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이미 과거에   등장했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범인들 중에서 비슷한 유형들이 존재하고 있기에 그   녀의 작품을 읽어온 독자들에게는 범인을 찾는 재미는 조금은 줄어있다고 할 수 있   다. 더불어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은 또한 비슷한 구성이 존재했기에   그렇게 기발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적절히 결합하고, 거기에 죽은 래필 씨   를 통해서 색다른 조력자들을 배치하는 것을 통해서 이 작품은 의외의 통쾌함을 독자   들이 경험하게 한다. 글자 그대로 추리의 재미에 복수극의 통쾌함을 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재미는 오랫동안 하나의 장르를 지켜온 작가의 힘   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복수의 여신은 그런 점에서 분명 애거   서 크리스티의 후기 걸작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복수의여신, 애거서크리스티, 미스마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