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우리나라 번역되어 소개된 작품의 숫자로는 최고를 자랑할 애거서 크   리스티의 작품은 거의 전부가 소개가 되어 있기에 데뷔작부터 마지막 작품까지   를 작가가 작품을 쓴 순서대로 읽어보는 것이 가능하다. 권수로만 80권 정도인   이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은 그 작품의 숫자만큼 다양한 작품 외적인 재미를   느끼게 한다. 그것은 1차대전 이후의 영국에서 시작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이   2차대전 이후 70년대까지의 세계사의 흐름을 살짝 살짝 보여주기 때문이다. 20세   기의 가장 뜨거웠던 시간을 애거서 크리스티는 직접 경험하면서 또한 자신의 작   품에 담아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시대적 배경을 함께 생각하면서 그녀의   작품을 읽어나가면 더욱 큰 재미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 그녀의 후반기의 작품   중의 하나인 세 번째 여자도 그러한 작품들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은 연대순으로 세 부분 정도로 나눌 수 있다. 그녀의 데   뷔작이며 대표적인 탐정 캐릭터인 에르큘 포와로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스타일즈 저   택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해서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고 자신의 위치를 확고하게 하   는 전기, 그리고 이어지는 작가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중기, 마지막으로 고령이   된 작가가 그럼에도 자신의 작품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더불어 자신   의 건재를 증명하던 후기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가장 새로운 시도와   새로운 캐릭터를 많이 등장시키고, 이후에 오랫동안 명작으로 평가받는 작품들이 작   가의 전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에 많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러한 여러시도를 하   면서 색다른 작품을 많이 남겼다는 것을 의미하면서 작가가 중기 이후로 자신의 스   타일을 확실하게 찾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러한 작가의   모습은 중기 이후의 작품들에서는 거의 에르큘 포와로와 미스 마플이 주인공으로 등   장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작가의 모습도 후기로 접어들면 전기와 중   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미스 마플이 많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작가가 70대에 접어들어 쓴 후기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세 번째 여자에서   에르큘 포와로의 등장은 상당히 오랜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작품 세 번째 여자는 상당히 많은 흥미로운 점들을 갖고 있다. 후기의 작품들에   서 이미 처음 등장부터 고령이었던 미스 마플과 작가가 나이가 비슷해지면서 아마   도 미스 마플에게 더욱 더 심리적으로 동질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이는 작가는 미스   마플의 입을 통해서 변하는 시대를 비판하거나 살짝 투덜거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   러한 모습이 이 세 번째 여자에서도 보여진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세 번째 여자   의 특별한 점은 에르큘 포와로가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것   은 의외인으로 찾아왔던 여자가 에르큘 포와로에게 하는 '선생님은 나이가 너무 많   으신 것 같다'는 말이었다. 이미 처음 등장부터 노인에 가까웠던 에르큘 포와로와   미스 마플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긴 시간을 활약한 이 두 사람은 이미 상   당한 고령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고 이전에도 작품 속에서 그런 말들을 듣는 장   면들이 나오지만, 특히나 이 세 번째 여자에서 강조가 되어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작가가 이미 고령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작가는 나이를 먹었어도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이 작품 속 에르큘 포와로를 통   해서 증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그런 모습은 살짝 귀엽기까지 하다.   이 작품 세 번째 여자의 트릭은 사실 애거서 크리스티의 팬들에게는 그렇게 특   별하거나 기발하지는 않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이 되면 대충 그 진실이 보   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의 가장 핵심은 이미 고령인 에르큘 포와로   에게 투영된 작가의 생각이 아닐까 한다. 이 작품의 시작에서 에르큘 포와로는   다른 추리소설 작가들에 대한 비평서를 쓴다. 이것은 이미 독보적인 위치에 있   는 이 선배 작가가 다른 후배 작가들에 대한 생각을 살짝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더불어 비틀즈에 대한 부분은 더욱 재미있다. 그것은 세상에 자신들을 알리면서   팝의 아이콘이 되어가기 시작하던 이 영국의 밴드의 시작을 바라보는 동시대를   살지만 세대가 다른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   세 번째 여자는 변화하는 영국의 모습에 대한 우려도 살짝 만날 수 있다. 그런   모든 것들이 더욱 이 세 번째 여자를 현실적이고 흥미롭게 만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건이 해결에서 보여지는 안정적인 결말은 역시 애거서 크리스   티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작품이 즐겁게 느껴지는 것은   여전히 사랑하는 연인들의 짝짓기로 마무리하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녀 감성이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여전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후기 작품들 중에서 세 번째 여자는 그렇게 작품 외적   으로 더욱 많은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세번째여자, 애거서크리스티, 에르큘포와로, 20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