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괴생명체가 나오는 영화들은 처음에는 그 영화의 수준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것은 그 영화들은 우리가 외국영화, 특히나 헐리우드 영

 

화에서나 만났던 영화들이기에 그런 영화들을 우리도 만들기 시작했고, 그런 기

 

술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아 더욱 높은 기대와 평가를 받았었다. 물론 그

 

뚜껑을 열었을 때 그 기대와 평가를 채워준 영화들이 별로 없었다는 것은 너무나

 

아쉬운 일이다. 그것은 그런 영화들에 대한 생각에서부터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것

 

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영화 7광구도 그러한 시작부터 잘못

 

접근한 영화의 하나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를 사람들이 보는 이유는 많이 있다. 자신의 팍팍한 삶을 잠시 잊기 위해서

 

보기도 하고, 2시간 정도의 시간동안 이야기의 세계에 푹빠지기 위해서 보기도 한

 

다. 그래서 사람들이 어느 영화를 좋다고 말할 때 좋아한다고 말하는 부분은 상당

 

히 다양하다. 아마도 사람들의 숫자만큼 많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성공하는 영화들은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괴생명체가 등장하는 액션 영화는 대부분이 그러

 

한 이야기를 등한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한 다음

 

에도 이야기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

 

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몇 안되는 괴생물체 영화라고 할 수 있는 봉준호 감

 

독의 괴물이 성공한 이유는 괴물을 표현하는 기술이 아니라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영화의 주인공은 바로 괴물이 아니라 그 괴물에 대항하는 가족들의 이

 

야기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족이 결국 다시 하나로 재탄생하는 모습에서 사

 

람들은 감동을 받았다. 결국은 이야기가 영화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이다. 그런 점

 

에서 7광구는 약점을 갖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7광구를 보는 이들은, 그리고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비슷

 

한 스타일의 많은 영화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사건이 진행

 

되는 과정, 그리고 마지막 해결까지도 너무나 많은 영화들이 조금씩 조금씩 합쳐

 

져 이 7광구가 나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세상의 많은 영화들이 완전히 새

 

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짜깁기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7광구는 불행히도 이야기의 약점이라는 것을 제대로 생각하

 

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기술의 부족과 어색한 CG는 사실 조금만 마음을 열고 보

 

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진부한 스토리와 그 진부한 스토리를 어떻게

 

덮어 보려는 어설픈 애국심 마케팅이 바로 이 영화 7광구를 망친 원인이 아니었을

 

까 생각한다. 그래서 결국 7광구는 흔한 해양 괴물 영화 중의 하나로 아무런 의미

 

도 기대도 없이 본다면 나름대로 즐거울 수 있는 영화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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