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인연이란 것을 믿는다. 그리고 내가 믿는 인연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관계만

 

이 아닌, 우리가 관계하게 되는 모든 것과의 인연까지도 포함한다. 그래서 나는 책

 

이나 영화까지도 인연이 있어 만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장례식을 마

 

치고'는 그런 인연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많은 작품을 쓰고 많은 성공한 작품이 있어 사람들에게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

 

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중에서도, 이 작품 '장례식을 마치고'는 그렇게 유명한

 

작품이라고 할 수 없다. 아니 읽은 이 보다는 일지 않은 이가 더 많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내가 어릴적 처음으로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

 

게 이 책 '장례식을 마치고'는 특별한 의미의 책이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길어서 지루했던 어느 여름 방학 이 책을 만났었다. 책을 좋아했던

 

이 읽었던 이 책은 추리소설이라는 그 이름이 주는 긴장감으로 나를 유혹했던 그 때

 

살았던 그 작은 집의 작은 마당에서 지루한 여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다시 생각

 

해 보면 그 때는 이 책을 끝까지 읽지는 못했던 것 같지만, 독특한 느낌과 지금은 없어

 

진 그 때의 작은 집의 모습이 추억이 되어,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 생각이 났다. 그렇

 

게 이 책 '장례식을 마치고'는 다시 한 번 특별한 책이 되었다.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가 창조한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가 등장하는 이 작품은 작

 

가의 작품들 중에서도 특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사건을 해결하는 '포

 

와로'는 이 작품 속에서 아주 적은 분량만 등장한다. 거의 책의 1/3 정도가 진행된 다

 

음에 처음 등장하는 '포와로'는 이후에도 그가 등장하는 작품들 중에서 가장 적게 등

 

장하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적게 이 책에 등장을 한다. 그렇게 '포와로'가 적게 등

 

장하는 대신에 이 책은 다른 사건 관계자들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는 자신의 장기인 심리 트릭을 마음껏 발휘해서 이 작품을 모

 

두 읽은 뒤, 독자들이 깜짝 놀랄 결말을 만들어 낸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언제나 그녀의 작품에 사건 해결의 단서를 별의미 없는 것처럼

 

뿌려놓는다. 그리고 이 작품은 '포와로'의 등장을 줄여 그러한 단서들을 더욱 효과적

 

으로 활용한다. 그렇게 뿌려진 단서들은 마지막 결말에서 하나로 합쳐져 독자들을 깜

 

짝 놀라게 했던 다른 작품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독자들이 이 책을 정신 바짝 차리

 

고 읽어야 옳은 결론에 이르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을 한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통

 

해서 처음부터 주어진 심리 트릭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만든다. 이 작품 '장례식을 마

 

치고'는 심리 트릭을 잘 활용한 작가의 숨은 걸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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