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한파라는 말이 희미해지는 요즘이다 하지만 점수라는 숫자로 오늘 시험을 치는 이들을 모두 평가할 수 없는 것처럼 오늘 일기예보에서 만나는 기온이란 이름의 숫자로 오늘을 입시한파가 없었던 날이라 이야기하는 것은 또한 무의미한 일이 아닐까? 입시한파는 단지 우리가 만나는 날씨만의 문제가 아닌 지금은 많이 희미해졌어도 인생의 첫번째 줄서기를 당하는 그 모든 이들의 마음에는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숫자로만 사람을 판단하려는 세상에서 줄서기를 강요당했던 피해자들이 이제 다음 세대에게도 줄서기를 강요하는 가해자가 된다 그래서 오늘의 하늘은 그 모습을 보기 싫어 흐리기만 하다 덧붙이기... 내가 수능을 보던 그때 수능 전날 우리집 보일러가 고장이 났었다 결국 전기장판 위에서 온식구가 한방에서 잠을 잤다 시간이 흘러 수능날의 기억도 그 점수도 흐릿해졌지만 그 수능전날밤의 일은 또렷이 남는 것은 숫자가 우리 삶의 전부를 이야기하지 못함을 알려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두번째 덧붙이기.... 나무들이 겨울옷을 입었다 그렇게 나무들은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우리에게도 다음 계절을 준비하라 이야기한다 우리는 찬바람이 시작되는 계절에서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을까? 몸도 마음도 모두 잘 준비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