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8일의 하늘 언제나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언제나 그러한 일들을 피하려고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그러한 내 생각을 비웃듯 예상하지 못한 일들로 나의 생활을 채운다 가을을 생각했던 그 날을 남겨보려 했지만 갑자기 생긴 그 일은 그런 내 생각을 미루게 한다 그렇게 내 가을이 지나간다 도시의 가을은 쓸쓸하다 마치 도시가 우리를 보는 것처럼 그렇게 도시의 가을은 쓸쓸하다 도시의 가을은 저 차가운 건물들 만큼이나 차가운 계절이다 더 차가운 계절 겨울을 알리는 계절이기보다는 저 차가운 건물의 차가움을 더 느끼게 하는 그렇게 도시의 가을은 차가운 건물처럼 차가운 계절이다 그래서 도시의 가을은 우리가 생각하는 높고 푸른 하늘이 아닌 저 차가운 도시를 닮은 하얀 하늘과 더 잘 어울린다 그렇게 우리의 색은 이 가을처럼 회색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도시의 가을이 마음이 아픈 것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저 파란 생명들을 보는 것이다 언제나 우리의 욕심으로 우리는 마음대로 그 생명들의 행복을 빼앗는 것일지도 모른다 회색 도시가 마음을 아프게 하고 그 회색 도시에 작은 색칠을 하는 파란색의 작은 생명들이 이 회색 도시의 가을을 더욱 마음 아프게 한다 결국 이 모든 것이 도시의 가을이기에 그리고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이 모든 생각은 작은 죄책감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도시의 가을에 더해진 색들이 회색으로 변해가는 우리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라도 더 잡아주기를 바란다 그렇게 욕심을 부려본다 그렇게 도시의 가을을 보여주는 시간에 오늘 만난 하늘은 조금 더 파랗다 회색이 물러난다 오늘의 하늘은 조금 더 파랗다 오늘은 2011년 11월 9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