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를 늘리면서 자신의 길을 넓히던 차들이 이제는 횡단보도까지 자신의 길로 만들었다 아마도 횡단보도가 차도에 그려져 있으니 그 길은 차가 도로를 횡단하도록 그려놓은 것이라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길을 차만을 위한 길로 만들고 싶은 마음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부터 길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한 명 두 명 걸어다녀 길이 만들어진다 차가 다니는 그 길은 바로 사람이 다니던 길이다 그 길을 빌려쓰면서 그 주인이 다니는 길을 방해하면 그 빌려쓰는 길마저도 빼앗기게 된다 그것이 바른 세상의 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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