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에서 70년대까지 20세기의 거의 대부분의 기간동안 글을 쓴 애거서 크리스

티는 무척이나 현대적인 작품들을 남겼으며, 그녀의 소설에 사용된 트릭들도 과거

의 다른 고전적인 작품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렇기에 긴시간동안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이 사랑을 받고, 지금까지

사랑을 받은 시간만큼 긴 생명력을 갖고 앞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는 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그녀의 작품 발표 순서를 따라가면서 그녀의 작품을 읽다보면, 그녀가 만들

어내는 이야기속의 사건들이 2번의 세계대전을 겪고 세상의 급격한 변화를 함께한

작가이기에 그 변화하는 세상만큼이나 변화하는 사건들과 등장인물들을 만날 수 있

다. 그렇기에 그러한 변화속에서의 그녀의 삶이 그녀의 소설속의 등장인물들을 입

체적인 인물들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변화하는 세상을 작품에 담았던 그녀의 작품들 중에서도 '애국살인'은 독특

한 느낌을 준다. 그것은 이작품이 단순한 사건의 풀이를 넘어서 그 결말에 이르러

서 깔끔하게 사건을 해결해주는 모습을 보여줌에도 조금은 찝찝한 마음을 갖게 된

다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이작품에서 다루는 사건들이 독선적인 인물에 관한 이야기이

기도 하며, 그러한 독선적인 인물들을 1940년에 나온 이작품속의 인물과 동일한 생

각을 갖고 있는 이들을 우리가 21세의 현재에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일 것

이다.

세상의 모든 선에도 이유가 있듯이, 세상의 모든 악에도 이유가 있다.

그리고 절대선은 절대악만큼이나 이세상을 용서하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

도 우리가 절대선을 지향하는 것은 그것이 바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기 때

문이다. 그래도 이작품이 나온 과거의 그 시대에는 아직 범죄를 다른 이유로 용서

하는 모습을 소설속에서라도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조금은 찝찝함을 덜어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