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난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한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했다

요즘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면 아이들은 한글은 기본이고

영어도 조금은 할 줄 알아야 한다지만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에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한글을 익혀서 입학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래서 선생님들도 그렇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은

대충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덕분에 원하지는 않았지만 나의 초등학교 1학년은 문맹의 시간이었다

그래도 선생님들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책을 읽을 순서가 되면 그 내용을 아예 외워서 읽는 척 했었고

덕분에 책을 읽을 줄 아는 아이가 왜 쓰지를 못하는지 정도만을 궁금해

하는 정도로 나의 너무나도 힘든 초등학교 1학년 시간은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벌써 1년이 지나버린 상황에서 한글을 모른다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스스로도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을 해도 배울 방법이 없는 기막힌 상황이었

는데... 그때 나에게 한글을 가르쳐 준 것은 한 권의 만화책이었다

아직도 기억에 선한 '스파이더 맨' 만화책을 겨울방학 동안 열심히 읽었던

것 같다. 한글을 배우겠다는 마음보다는 만화책의 내용이 궁금했고, 그렇게

읽고 또 읽으면서 보낸 겨울방학을 지나서 나는 마침내 문맹탈출을 이룰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내 책사랑의 시작이며, 문맹의 설움을 벗어나게 해 준

고마운 존재... 그것이 바로 '스파이더 맨'이라는 제목의 한 권의 만화책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