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의외의 만남이 너무나도 큰 즐거움을 줄 때가 있다.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평소와 다른 길을 걸어가다 연락이 끊어져 만날 수 없었던

사랑하는, 혹은 사랑했던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도 있다. 그냥 한 번 들렀던 헌책

방에서 이제는 도저히 구할 수 없었던, 하지만 너무나도 절실히 찾았지만 포기했던

책을 발견할 수도 있다. 길가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미술관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회가 할 수도 있고, 그냥 한 번 메모처럼 적었던 블로그의 글을 보고 너무나도

보고싶었던 이들이 연락을 해오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가끔 아무런 기대도 없이

선택한 영화나, 책에서 너무나도 큰 행복과 즐거움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호연’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작가가 그린 ’도자기’란 이름의 이 만화는 그러한 우

연이 선물하는 많은 즐거움과 행복들의 또 다른 증거로 남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

다. 우연히 끌려서 읽었던 어느 웹툰의 작가였던 ’호연’의 작품을 그냥 아무런 생

각없이 검색하다 발견한 그녀가 그린 첫번째 작품인 이 작품 ’도자기’는 그렇게 너

무나도 우연히 찾아온 선물이었다.

특별한 지식이 없이 그냥 그림이 좋고, 조각이 좋고, 도자기가 좋았던 나에게는 특

별히 공부를 하면서까지 그러한 작품들을 감상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사실 어쩌

면 조금은 치기어린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러한 작품들을 어느시대 누구가 만든

어떤 작품이라는 지식이라는 이름의 메모들은 그 작품들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생각

했었다. 그 작품들을 만든 작가가 이 작품들을 만들던 시기에 사람들에게 그러한

지식을 강요하면서 그 작품들을 즐기라고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그때도 지금도

믿고 있고, 그렇기에 그림이든, 조각, 도자기 혹은 다른 어떠한 것들이든 설명보다

는 마음이 먼저 그러한 작품들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러한 조금은

일반적이지 못할 것 같은 나의 마음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즐거움에 이 작품 ’도자기’는 더욱더 즐겁게, 그리고 행복한 기분을 느끼면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이 작품 ’도자기’는 도자기의 문양 하나, 모양 하나를 지식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물론 작가의 일상에서는 공부하는 학생으로 그러한 역사적 지식들을 공부하는 모습

을 보여주고, 마지막에는 그 작품의 연도와 제목 정도를 보여주지만, 그러한 부분

은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자 한 것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도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도자기’는 마음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읽고, 마음으로 기억하고,

마음으로 함께하는 살아있는 ’도자기’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하늘의 구름을, 혹은

땅위를 기어다니는 두꺼비와 연못의 물고기, 개구리, 어쩌면 낚시하는 이들의 모습

까지 그 살아있지만 결코 말로는 모두 표현할 수 없는 그 감정과 삶의 모습을 보여

주려고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렇게 ’도자기’를 표현한 작가의 그

림만큼이나 따뜻한 감성으로 조금은 삶에 찌들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몇마디의 말

과 숫자로 만들어버리는 우리들에게 잠시나마 마음으로 만날 수 있는, 그리고 그렇

게 만나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도자기’는 따뜻하고 맑은 누군가의 시선을 부러워하면서 또한 느끼면서 읽

을 수 있는 행복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