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까?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이별을 경험하고 그 상대를 잊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또 있을

까?

'러블리 본즈'는 죽음, 이별 그리고 살아감에 관한 이야기다.

이 소설은 한 소녀가 성폭행 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쩌면 너무

나도 충격적이지만, 또한 우리의 주변에서 너무나도 익숙하게 접하게 되기에 우리

는 어느 순간 그러한 일들에 그렇게 충격을 받지 않고 살아간다. 더구나 어느 순간

부터 우리가 뉴스로 접하는 범죄의 대부분은 그러한 일들이고 더구나 어쩌면 우리

는 곧 우리가 지금은 흔하게 접하지도 못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

는 다른 범죄들처럼 그러한 범죄들에 무감각해 질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러한 죽

음을 경험한 소녀와 그 소녀의 가족과 주변 인물들이 다시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여

주는 이 소설은 남다른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보통의 경우에 이러한 소설의 대부분은 범인을 찾거나, 소녀가 그 범인을 용서하는

이야기 정도의 진전을 보여준다. 물론 너무나도 화가나는 것이지만 소설가가 선택

할 수 있는 가장 무난한 선택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기에 어쩌면 그러한 선택은 너

무나도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러블리 본즈'는 너무나도 의외의 선택을

보여준다. 바로 범인을 무시해 버리는 것이다. 물론 소녀의 가족들과 주변 인물들

은 범인을 찾는 노력을 계속하지만, 죽임을 당한 소녀는 그 범인을 무시해 버린다.

그리고 소녀의 시선은 살아가야할 날이 남아있는 가족과 친구들의 삶으로 향한다.

소녀의 죽음 이후 가족은 큰 위기를 맞는다. 사실상의 해체를 거치고 다시 만들어

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녀가 사랑했던 소년과 친구는 소녀를 기억하면서 다시 살

아갈 자신의 앞날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사람들은 소녀를 잊어버리

는 과정을 지나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러한 주변의 시선

과는 상관없이 어쩌면 우리의 주변에 존재하는 그러한 범죄의 피해자들이 다시 살

아가는 것은 그러한 상처를 잊고 살아가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그 상처를 직

접적으로 대면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러블리 본즈'는 보

여준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어쩌면 잊어버린다는 것은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쉬운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못을 박은 벽에서 못을 빼도 못자국은 남는 것처럼 상처

는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어쩌면 '러블리 본즈'의 소녀처럼, 그리고 소녀와 같은

죽음을 경험한 소설속에 등장하는 다른 소녀들처럼 그들은 그곳에서 다시 살아갈

방법을 찾아가는 것처럼 남겨진 이들은 그렇게 죽음과 이별을 인정하고 다시 살아

감을 선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이책을 읽는 다른 이들에게는 별로인 결말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범

인이 최후가 동생이 여름캠프에서 생각한 완벽한 살인의 방법이었다는 것은 이세상

에 느리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운명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그것이 우연이라

고 해도 말이다. 분명한 것은 우연도 운명의 한부분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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