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삶이 언젠가는 끝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작던 크던 누구나 가지고 있다. 아무리 인간이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가고있고, 죽기 위해 살아가는 것일지라도. 그럼 인간은 언제부터 죽음을 인식하게 될까? 나는 당연히 있어야할 누군가의 부재 즉, 가족이나 친분이 두터운 사람을 더이상 볼 수 없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상실감이나 삶에 대한 애착에서 오는 두려움, 고통에서 "죽음"이라는 것을 처음 인식한다고 생각한다. 혹은 현실이 아닌 허구라는 것을 알지만 드라마나 책에서 자신이 특별하게 생각했던 등장인물의 죽음은 허무하고 안타깝다.그 안에서 비슷한 상실감을 느끼는 것도 인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부터 많은 철학자, 종교인, 예술가들이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나름대로 정의내렸지만, "죽음"은 원래 산 사람들이 정의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랑이나 이별처럼 겪은 일,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닌, 산 자는 절대 겪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간접경험 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간접경험을 통해 죽음을 상상하고 두려워한다. 죽음 후에 남겨진 사람들을 생각하기도 하고, 내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며 내 존재가 사라짐에 공포를 느낀다. 죽은 자는 죽음이 어떻다고 말을 할 수 없고, 산 자는 죽어본 적이 없어 말할 수 없으니 아이러니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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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누구도 알 수 없는 죽음이지만, 문학은 죽음을 여러형태로 표현한다. 비유나 은유적으로 상황을 묘사하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초월한 무언가로 상상하기도 하고, 시체의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외국이던, 한국문학이던 죽음은 작가에 의해 달라진다. 작가가 그 죽음으로부터 보여줄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다루는 비중도 달라지고, 표현의 강도도 달라진다. 난 개인의 죽음 혹은 집단의 죽음 등, 문학에서 죽음을 본 다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졌는데, 책을 접하고 나니 많은 책들이 죽음에 대해 다루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거의 모든 책은 죽음에 대해 얘기한다. 그것이 단 한 줄로 표현된, "나는 어릴 적 부모를 잃었다"라는 단순한 주인공의 배경설명이라도. 다만, 내가 그것을 죽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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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소설을 주로 본다. 그 중에서도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분야의 소설을 즐겨 읽는다. 그 장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죽음이다. 좋아하는 장르라 닥치는 대로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내용, 혹은 작가의 책을 읽다보니, 어떤 한 인간의 죽음보다는 피해자라는 인식이 강하고, 죽음 자체를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필연적인 희생, 지나가는 장치라고만 생각했다. 소설 속의 묘사도 그렇다. 기타 순문학이란 곳에서의 것과 다르다. 비유나 은유같은 두루뭉실하고 추상적인 표현보다는 직설적으로 죽은 육체에 대해 얘기한다. 물론 사체가 발견된 시간 경과에 따라 묘사는 달라진다. 막 숨이 끊어진 시체와 몇 년이 지난 후에 발견된 시체는 당연히 상태가 다르니 표현도 다를 수밖에 없다. 어찌되었건, 책에서 수많은 죽음을 접하면서도 무심히 지나쳤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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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산 사람에게는 알 수 없다, 어떤 머리좋고 유명한 철학자라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도 이렇다하며 추측만하고, 죽음을 직시하는 삶의 자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뿐, 죽음에 대해서는 그의 공상 혹은 망상일 수 밖에 없다. 죽을만큼 고통스럽다해도 죽기 직전까지는 삶의 영역이기때문이다. 문학은 죽음에 대해 마음껏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문학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의 다양한 죽음이 있다. 문학으로 인간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는 발상은 신선했고, 흥미로웠다. 앞으로 내가 어떤 죽음에 대한 가치관을 가지게 될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소설 속 죽음에 대해 무심히 지나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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