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을 앞두고 어지럼증에 신경까지 날카로워진 날 사라는 집 창문에서 한 마리의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고양이의 이름은 시빌. 말하는 고양이다. 갑자기 찾아온 시빌은 사라를 '입양'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갑작스런 건강악화로 휴가를 받은 사라는 동거하고 있는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삐걱거림을 느끼게 된다. 결국 남자친구의 부재중 그와 상대여자가 주고받은 메일을 확인하며 소원해진 관계의 원인이 확실해진다. 10년 사귄 남자친구의 바람을 알게 되었을 때, 그의 집을 나와 잠시 친구의 집에 머무를 때, 남자친구와 확실하게 매듭짓기 위해 만났다가 그의 어이없는 태도에 화가났을 때에도 시빌은 사라의 곁에 있어준다. 마치 사라의 '부모'같이.

시빌은 사람들이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느라 '현재'를 흘려보내고 있음을 안타까워 한다. 형형색색으로 펼쳐진 자연과 주변을 보지 않고 지나침을 아쉬워 한다. 두 다리가 있음에도 걷지 않고 앉아만 있는 인간을 한심스러워한다. 의자가 인류 최악의 발명품이라고 하면서. 시빌은 사라에게 부모가 태어난 아이에게 알려주듯 걷는 방법, 음식을 먹는 방법, 세상을 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처음에는 거부하던 사라는 곧 이 모든 것을 몸으로 받아들이며 지난 날을 잊고 새롭게 삶을 시작한다. 

잘 살아오고 있었다고 생각한 인생이 실은 거짓 위에 쌓인 모래성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사람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시빌은 고양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며 고양이답게 사는 법을 사라에게, 독자에게 알려준다. 하나의 행동을 할 때, 그것에만 집중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음식을 먹을 때 그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각하면서 온몸으로 음식을 받아들이며 천천히 음미하며 맛을 즐기는 것 등이다. 

고양이의 눈으로 본 인간들의 삶이 재미있게 표현된다. 재미보다는 적나라하게 인간을 풍자하고 있어 되려 웃음이 난다고 하는 쪽이 맞을 것이다. 별 것 아닌 물질에 집착하고, 타인의 눈을 의식하고, 고양이가 보기에는 별 다를바 없어보이는 집 크기에 연연하기도 하고, 그런 것들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비참하다고 생각하는 것 모두.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지 내심 알고 있다. 실천이 되지 않을 뿐. 시빌은 말들은 어쩌면 사라 마음의 소리가 아니었을까. 이젠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외치는 비명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시빌은, 책은 말한다. 행복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