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스럽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이 말을 고를 것이다. 소설은 확실한데 정체를 알 수 없다. 표지부터 당혹스럽게 하더니 제목에서 웃음을 터뜨리고 머릿속에 물음표만 가득 채워놓고는 후련하게 자기별로 돌아가버린다. 여러 개의 단편이 모여있지만, 단편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강원도의 W시, 외계인, 천재소년 최두식의 스승인듯한 유명 심리학자의 재등장으로 한 편씩 따로 보기보다 전편과 연관짓게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 책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된 건, 책을 받자마자 읽는데 방해된다며 빼놓은 띠지의 문구였다. 책을 읽은 후에 발견한 띠지에는 SF소설이라고 적혀있었다. 지나치게 수상하면 오히려 의심하지 않게 된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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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다른 행성에 있는 듯한 초록색의 외계인이 표지에 등장하건만 라면의 황제라는 제목의 늪에 빠져 본질을 알아보지 못한 오류를 저지른 것이다. 그리고 시작이 '우리집에 있는 카펫이 진짜 양모로 한 올 한 올 짠, 그 옛날 서울시장이 선물받은  제품이 맞는가' 라는 진품명품같은 내용으로 방심시키더니 한 천재소년이 나사로 가 유명한 심리학자를 만나고, 그로부터 사사받은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국민교육헌장이 만들어졌다는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는 이야기로 정신을 분산시키고, 27년동안 라면만 먹은 사내 김기식에 대한 이야기로 주의를 완전히 돌려놓았다. 그 후에 나온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누가봐도 SF같은 사라진 생명공학자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이미 작가한테 놀아난 나는 SF를 SF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내 뜻과는 상관없이 소설의 장르는 바꿀 수 없는 것이니,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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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중구난방으로 보이는 이 책이 재미가 없는가하면 또 아니다. 재미는 있다. 생각하지 못했던 주제를 심오하게 파고들어 마치 한 편이 하나의 논문같은 느낌이다. 거기에 작가의 상상력 또한 만만치 않은데, 라면을 먹으면 죽을 수 있다는 것도, 초록색의 외계인을 가공해 먹거리로 만들어 먹었다는 것도 신선하다 못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이것이 동화라면 잔혹동화같달까. 책을 읽는 내내 이상한 나라에 들어간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