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도서관에 가면 언제나 눈에 띄는 책이 있었다. 얇은 책이었고, 이름은 우동 한 그릇이었다. ​책의 내용이 궁금했지만, 우동 얘기려니 하고 지나쳤다. 새롭게 꽃단장을 한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책 제목에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 우동 한 그릇은 짧은 이야기다. 단편이라고 하기에도 뭔가 부족한 분량이다. 하지만 그 짧은 이야기가 담고 있는 의미는 어떤 장편보다 크다. 이 책에는 우동 한 그릇과 마지막 손님이라는 단편 2개가 함께 실려있다.

12월 31일 영업이 막 끝나려는 시간, 우동가게 북해정에 두 아이의 손을 잡은 여자 손님이 들어와 우동 한 그릇을 주문한다. 마음 좋은 주인은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 넉넉하게 우동을 담는다. 다음해의 마지막 날, 작년에 왔던 손님은 우동 한 그릇을 주문한다. 그 다음해에는 또 온 손님은 우동 두 그릇을 주문해 맛있게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한 그릇 우동에 담긴 주인장의 마음씨와 나갈 때의 마음이 얼마나 위로와 힘이 되었는지를. 듣고 있던 주인장 내외는 감동하여 눈물 흘린다. 이제는 자리까지 비워두며 그 손님들을 기다렸지만 그 세 명의 손님은 오지 않는다. 수 해가 지난 어느 날, 다시 찾아온 가족은 세 그릇의 우동을 시킨다.

열 아홉의 게이코는 작은 과자점에서 일한다. 평소에 친절하고 배려심이 많아 손님들에게 인기도 많았다. 어느 날, 손님이 게이코에게 건네준 시집은 손님을 상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막 가게를 닫고 나선 날, 집에 가는 길에 가게 쪽으로 향하는 차가 마음에 걸려 가게로 다시 가보니 임종을 눈 앞에 둔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먹고 싶어하셨던 과자가 이 집 과자라며 사러 온 손님이 있었다. 게이코는 과자값을 받지 않은채 들려보내며, 연락처를 받았는데 마음에 걸려 잠도 자지 못한채 아침에 손님에게 전화를 걸지만 손님의 어머니는 과자를 드시지 못한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다. 게이코는 사비로 장례용 과자를 맞춰 장례식에 간다. 게이코의 마음에 깊이 감동받은 아들은 그녀의 선행을 회사소식지에 실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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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봐서는 가게를 경영하는 주인과 점원의 마음가짐으로 보이지만, 더 깊게 생각해보면 주인과 손님을 떠나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요즘 사람사이의 정이 예전보다 희박해졌다. 희박이라고 하니 산 위로 올라갈수록 산소가 부족해 걸리는 고산병같은 표현같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득과 실을 따져 득이 될 것 같은 사람과의 친분을, 마음보다 겉치레를 중요시하게 되었다. 서로 직접 대면하는 일보다 전화, 스마트폰, 컴퓨터 등의 전자기기를 상대하는 일이 많아졌다. 모든 관계를 돈이 되는 것, 되지 않는 것으로 나누기도 한다. 책은 그런 마음들에 일침을 가한다. 세상에는 그런 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며, 진짜 마음을 움직이는데는 진심으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위하는 마음밖에 없다고. 짧고 진한 여운과 감동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