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지만 소설이 아닌 이야기를 다룬 디 마이너스는 154개의 제목을 단, 단편같은 내용이 이어지는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내게 충격이었다. 이제껏 내가 살아온 곳이 양지였음을 깨닫게 했다. 엄마의 세대라면 몰라도 내 세대에서는 화염병과 돌을 투척하며 야구방망이와 쇠파이프를 들고 전경과 대치하는 학생운동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월드컵을 위해 그 기간동안 사람을 잡아넣은 정부. 난 붉은 티를 입고 태극기를 든 사람들의 열기밖에 보지 않았다.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보여주지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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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유한 나라라도 그 안에 어둠은 존재한다. 하물며 내가 발을 딛고 사는 이 땅은 더하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이며, 사이도 좋지 않다. 겉으로는 평화로워보이나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에서 살고 있다. 뭐, 겉으로도 별로 평화롭지는 않지만. 이 뿐만이 아니다. 내가 방에 앉아 한가로이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는 총탄이 날아들 것이고, 아이가 학대 받을 것이고, 누군가가 죽어가고 있을 것이다. 내가 평온했던 시간에 책은 그동안 내가 보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몸으로 겪어낸,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한 것을 위해 싸웠던, 누구보다 반짝이며 열정적으로 살았던 청춘들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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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은 시대를 산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치열한 그들은 마르크스에 대해 토론하고, 정부를 토론한다. 파업을 지지하며, 무력에 맞서고 정부에 맞선다. 대공분실이라는 처음 들어보지만 어감이 좋지 않은, 6.25시절 이야기 같은 것이 실제로 존재했고, 학생들이 심심치않게 끌려갔다는 사실에 놀란다. 학교를 마치면 집에 가기 바쁘고, 이들이 목놓아 소리치던 정부,  파업이나 대우자동차의 부 등의 사회문제, 월드컵 등도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지나친 그 시간에 대해 후회하거나 반성을 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그들에게는 그것이 나에게는 이것이 우선순위였을 뿐이다. 다만, 그렇게 싸울 수 있다는 것에 그 열정이, 그 확고한 신념이 조금은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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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변한다. 수업에 들어오지 않아도 좋은 점수를 주며 출석을 부르지 않던 교수는 매 강의마다 출석을 부르고 점수매김에 가차없다. 학생운동은 해체되었으며, 그 시간 함께했던 사람들도 하나 둘 떠난다. 학생들은 야구방망이나 쇠파이프 대신 촛불을 들고, 대자보를 붙이는 대신  SNS를 할 것이다. 그 시절, 그 시간에 함께 자리하고 있던 사람들은 책을 보며 추억에 젖을 것이고, 나는 역시나 놀랄 것이다. 이런 시절이 있었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