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판타지란 뭔가 현실적이지 않은 존재들이 눈앞에 펑펑 나와, 

평범한 인간들이 사용할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태어났다거나.. 

그런 힘을 사용한다던가.. 하는 해리포터 적 판타지 소설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조금은 실망이었다.

 

판타지가 달리 판타지인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것이 판타지 아닌가.. 

그러나 이제껏 봐왔던,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을 뛰어넘는. 생활밀착형 판타지가 바로 이 책이었다.

 

그리고 누구나가 한 번쯤은 생각해봤던 이야기를 무덤덤하면서도 

현실적이지만, 현실적이지 않게 그려가고 있다.

주인공 해리는 나름 찬란했던 어린 시절을 보내고 방송국에 입사해서 동기들보다 빠르게

드라마의 PD로 입봉하게 되지만, 드라마가 표절 시비에 걸려 방송국을 퇴사한다. 

이 일 저 일 하며 방황하다 범죄 재연 프로그램의 재연배우를 하게 되고,

"조연출"이라는 여자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럴수도 있었는데... " 이 책의 가장 큰 핵심이다.

인간은 삶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다. 심지어 식사 메뉴를 정하는 것까지도. 

무언가를 고민하는 시점에서 어느 것을 선택해도 후회는 남는다. 

다만 후회가 더 남을 것을 선택할 뿐.

후회가 남지 않을 때는 그만큼 고민의 여지도 없는 것이니..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여기서 나오는 그럴수도 있었는데..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와 

지금 삶이 만족스럽지 않음을 그리고 혹 앞으로의 기대감을 나타내는 말로 느껴졌다. 

해리가 어느 범죄의 용의자로 의심을 받으면서 이야기는 급전개에 들어가는데,

이것 또한 모호하다. 해리의 기억이 100% 확실한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불확실한 것도 아니다.

이 소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애매하고 모호하다.

현실과 상상(공상)의 경계를 알 수 없다.

분위기는 독특했고 잘 읽히지 않는 건 처음 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 장을 지나고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이 모호한 경계속에서

나 역시 갈 길을 잃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