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도 표지도, 그리고 책 뒤표지의 소개글도 상큼해서 나름대로 기대를 하면서 읽을 책인데, 뭐랄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소설이었다. 작가의 처녀작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냥 가볍게 읽을 만 했다, 라는 평을 내리고 싶다. 읽는데 시간은 얼마 들지 않았으니. 그냥저냥 가볍게, 재미로 읽을만한 소설이었다. 연예인과의 사랑, 꽤 많이 보아온 소재. 한 때는 이런 소재의 글을 좋아라 한 적도 있었고 지금은 자주는 아니어도 보는 편인데, <헬로, Mr. 페퍼민트>는 중, 고등학교 때 읽었다면 아마도 좋아했을 것 같은, 조금은 유치한 느낌의 글이었다.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사귀었던, 믿었던 연인에게 배신을 당하고 산 골짜기 펜션으로 숨어드는 민유리. 세계일주를 떠난 펜션 주인 부부를 대신해 펜션을 지키는 그녀. 4차원적인 그녀는 사이다 같이 톡 쏘는 캐릭터다. 그녀가 하는 소소한 행동들이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뭐랄까, 실연의 아픔을 당한 그녀의 처지 때문일까 마치 조울증에 걸린 듯한 심경변화가 눈에 거슬렸다. 밝았다가 저조했다가, 움츠러들었다가, 화냈다가! 급변하는 그녀의 심리를 따라가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몰입도 힘들었고 공감도 가지 않았다. 그녀의 심리를 좀 더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그녀의 매력을 일관되게 표현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밝았던 그녀의 캐릭터만큼이나 행동도 좀 더 능동적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매번 도망만 치는 듯한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민유리가 찜했던, 페퍼민트 방의 주인이자 인기 초절정의 연예인 박지안. 남주의 캐릭터도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너무 연예인 같지 않은 포스를 보이는 그. 보고 있으면 왜 이리 한가해 싶기도 하고 프로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남주가 멋있는 법. 그런 부분이 아쉬웠고 카리스마도 부족했다. 강렬한 인상을 받기엔 남자로서의, 스타로서의 박지안은 2%가 부족했다.

누나를 사랑해서 방황하고 자신을 더럽다고 생각했던 그. 하지만 알고 보니 자신은 입양되었던 것이고 누나 또한 그를 사랑한다. 누나와의 위험한 사랑을 해나가다 누나의 결혼을 기점으로 자신의 마음을 끊기로 했으면서도 미련을 떠는 지안. 이 설정도 참 많이 보았지 싶다. 그래서 색다를 것 없었고 글의 복잡함만 더했던 것 같다. 거기다 여주를 배신한 남조가 바로 지안의 누나이니. 뭔 관계가 이리 복잡한가 싶었다.

솔직히 이 글을 읽으면서 산만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연예인과의 사랑은 그렇다 치고 좀 더 현실성 있게 그렸으면 좋았을 텐데, 여러 설정을 짜 맞춘 듯한 느낌에 전개도 부자연스러웠고, 인물관계도 더 복잡했고 애초 기대했던 참신함과 상큼함은 느낄 수가 없었다.

차라리 민유리와 박지안, 두 인물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두 사람의 사랑과 위기를 현실적으로 그려나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연예인의 연인으로서 겪는 고충이라든가 인기와 사랑 사이에서 고민한다든가 심리 위주의 글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민유리와 박지안, 박요안나와 정재원을 둘러싼 사각관계만으로도 복잡한데 유리의 동생인 유진과 지안의 소속사 후배인 유재인의 두 사람 또한 마치 사귈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니! 이 부분은 없는 게 더 좋았을 법했다. 연예인과의 사랑이 그리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데 유리에 이어 유진까지! 억지스럽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이번 소설이 첫 작품인 작가에게 내 리뷰는 어쩌면 가혹했을 지도 모른다.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줬을 지도. 단지, 극히 주관적인 내 감상임을 알린다. 내가 이렇게 느꼈다고는 하나, 다른 이들 중 호평을 하는 독자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재미가 없지는 않았으나 여러 면에서 아쉬움이 많다고 생각했을 뿐. 작가가 더 다양하고 참신한 소재로 다음 작품을 들고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많이 보았을 법한 진부한 설정이 아닌, 작가가 잡았던 인물의 독특한 매력이 퇴색되지 않도록 신선한 스토리와 감동과 재미를 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