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를 벌기 위해서 고급 술집의 파트타임 종업원으로 일하게 된 지원과 초면에 키스를 남발하는 막나가는 VIP 손님 류. 남주의 유혹에 끌려 가까워진 관계가 헤어 나올 수 없는 사랑이 되어버린 여주의 이야기.

초기에 많이 접했던 소재라 식상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흥미가 가는 소설이었던 <미치도록 사랑하다>. 솔직히 소개글을 보고 패스했던 작품이었는데, 모 님의 몽환적인 느낌이 난다는 리뷰에 끌려 읽게 된 소설이다. 그렇게 재미있다는 느낌은 없지만 뭐 괜찮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비슷한 소재의 글을 자주 읽었기에, 어떤 방향으로 가겠구나 하는 예상이 되었기에 그런 면에서 재미가 반감된 듯도 하지만 뭐랄까 남주인 류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여주인 지원 또한 류에게 끌려 다니는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어느 정도 자존심을 지키려고 하고 제 앞가림은 할 줄 아는 것 같아서 답답하지 않아서 좋았다.

강한 제목이나 잦은 러브신에 비해, 그렇게 강렬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루즈한 느낌. 확 빠져 읽은 글은 아니고, 한 장 한 장 넘겨 가면서 편하게 읽었다.

가진 배경만큼이 받쳐주다 보니  제 마음대로, 흥미 가는대로 행동하는 류. 지원을 만나기 전, 만사를 귀찮아하며 그저 쾌락을 좇았던 남주다. 객관적으로 분명 좋아하지 않는 남주 스타일인데…… 꼭 한번씩 취향과 다른 것에 꽂힐 때가 있는데 이번이 그런 경우였던 것 같아요. 뭔가 느슨한 느낌을 주는 류에게 알 수 없는 매력을 느꼈다. 여느 글과 같이, 여자 문제에 있어서 가볍기만 했던 류가 지원을 만나면서 차즘 변해가고 소유욕 짙어 가는 모습, 지원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꽁해가는 면모도 보이고, 바쁜 지원에 “애라도 가져야 하나.”라는 엉뚱한 소유욕을 드러내는 귀여운 모습을 내비치는 것에, 저도 모르게 끌린 것 같다.

남주인 류에게서는 성숙한 남자의 모습 보다는 강한 척 하는 설익은 꽃미남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는 행동이나 생각만 봐도……. 그렇게 강렬한 카리스마는 느낄 수 없었지만 왠지 정감이 갔다. 그에 비해 여주인 지원은 처음부터 맥없이 류에게 무너지고 끌려다니는 것 같아 좀 약한 캐릭터라는 느낌이 들었지만―솔직히 난, 류에게서 느꼈던 매력을 설하에게 비슷하게 받아서 그런지 설하가 더 좋았다.― 후반으로 들수록 중심을 잡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알 수 없는 끌림에 지원과,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함에 류와……. 그렇게 깊어진 두 사람의 관계는 마음의 가벼움과 무거움 두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며 뒤늦게 연애라는 것을 통해서 그들의 관계에 새로운 의미를 성립해가는 <미치도록 사랑하다>는 ‘몽환적이다’라는 모 님의 말씀처럼 스토리보다는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글이었다. 스토리 또한 소재는 식상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자연스레 전개된다. 다만, 글의 긴장감을 구성하는 캐릭터들이 제 역할을 못 해줘서 긴장감을 느끼며 몰입되는 면이 부족해서 아쉬움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