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평생 날라리 양아치로 살았겠지. 아버지를 원망하며 스스로를 동정하는 한심한 인생 말이야. 결혼까지 한 여자를 신앙처럼 놓지 못하는 내 마음을 너만은 사랑이라고 봐주었으면 좋겠다.

왜냐면 내겐 평생 너 밖에 없었고, 앞으로도 너 밖에 없을 테니깐. 내 평생은 네게로 향하는데 모조리 바쳤으니깐.

<나의 공주님> 338p 中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받는다는 것. 나도 모르는 시간, 한 남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무려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랑을 받아왔다는 것은 정말 로맨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이루어진다는 확신조차 없는 상태에서, 중학교 때부터의 첫사랑, 짝사랑을 잊지 못하고 계속 간직하고 지켜온 사랑이라면……. 그저 그 사랑을 받은 여자가 부러울 뿐이다.

첫 눈에 반해 15년이라는 오랜 시간, 변하지 않고 오직 한 여자만을 가슴에 담고 사랑해온 남자, 서정의 왕자님 강동우.

그 깊고 질긴 사랑을 받아온, 그 남자의 사랑을 통해서 다시 행복해진 여자, 동우의 공주님 박서정.

그들의 사랑이야기, 김성연 작가의 <나의 공주님>

<나의 공주님>은 서정을 향한 동우의 순정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다. 풋풋한 시절에 가슴에 담은 서정을 잊지 못하고, 서정에게 당당하게 다가서기 위해 치기 어리게 살아왔던 문제아 강동우에서 벗어나 새롭고 진취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동우의 그 깊은 마음이 담긴……. 말도 붙이기 힘든 문제아였으면서, 학교도 번번이 빼먹는 녀석이었으면서 좋아하는 여자에게는 고백 한번 못해보는 동우가, 그렇게 주위만 맴돌다 결국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그가 순진하게도 느껴졌지만 어리석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사랑은 정말 대단하지만 그가 용기를 내 다가섰더라면, 15년 후인 지금이 아니라 5년 전인 서정이 결혼하기 전에 그가 고백을 했더라면, 서정도 동우도 좀 더 덜 돌아오지는 않았을까. 마음 졸일 동우도, 상처 입어 움츠려들 수 밖에 없었던 서정도 없지 않았을까. 아쉬웠다. 글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두 사람의 그 돌아온 시간이……. 다르지만 아파해왔을 동우와 서정이.

한 여자로 인해 변하기로 마음 먹었고, 결국은 해낸 대단한 남자 강동우.

서정의 아픔을 온전히 어루만져줬던 강한 남자 강동우.

그에게 있어 서정은 사랑하는 여자, 지켜주고 싶은 여자일 뿐이었다.

서정의 이혼도, 서정이 겪어온 아픔도 그에게 있어선 어떤 장애도 되지 못했다.

그런 그의 사랑이 드디어 이루어졌을 땐 정말 기뻤고, 여전히 변함 없이 서정만을 위하는 모습에 감동했다. 서정을 향한 그의 배려 하나 하나가 인상적이었다.

동우의 사랑을 받는 서정을 보면서, 전생에 무슨 복을 받았기에 동우 같은 녀석의 사랑을 받았을 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그녀가 지난 5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받고 견뎌야 했던 아픔들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까워서, 동우의 사랑이 그녀를 치유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두 사람은 꼭 만났어야 했을 인연이 아니었나 싶다. 동우를 위해, 서정을 위해…….

유명 스포츠 센터를 운영하는 사장이 된, 현재의 동우가 있는 데에는 서정에게 당당하게 다가서기 위한 그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의 꿈도 삶도 서정을 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서정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녀로 인해 동우가 변하고 그의 인생이 변했으니깐. 동우가 서정을 단절된 세상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해줬고, 아픔도 치유해줬던 것처럼 서정 또한 동우를 다른 방식으로 치유해줬다고 생각한다.

동우의 순애보가 참 존경스럽고 대단하게 느껴진다. 서정이 자신의 여자가 되기를 소망하며 서정의 집 근처에 스포츠 센터 지점까지 내고, 거기에다가 커피전문점까지 내세우면서 서정의 자신의 공간으로 조금씩 끌어들이는 것을 보면서…… 고백도 못 하고 서정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지고 약해지는 남자지만 그래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해내기 위해 하나 하나 포석을 깔아놓은 것을 보면 연애에 있어 그렇게 어수룩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동우를 피하려고도 했지만 그가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인 줄 모르고 한시적으로라도 동우의 곁에서 그의 아픔을 잊게 해주기 위해 애정을 줘서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던 서정이지만 결과적으로 동우의 과거의 사랑도 현재의 사랑도, 앞으로의 사랑도 서정 그녀였다. 동우에 비해 계속 조금씩 뒷걸음치는 서정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그녀가 가진 아픔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됐다. 그래서 그녀가 동우와 행복해지길 바랐다. ‘감히’가 아니라 ‘당연히’ 동우와 함께 사랑하며 행복하길…….

한 남자의 멋진 순애보를 엿볼 수 있었던 김성연 작가의 <나의 공주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