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의 뉴스쇼 '헤드라인 프라임' 진행자인 글렌 벡의 자전적 소설인 <스웨터>는 주인공인 열두살 소년 에디와 그의 가족,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통해서 값진 인생 경험은 물론이고 너무 익숙하기에 잊고 지냈던 소중하고 감사한 것들을 상기시켜준 책이었다.

처음 책을 펴 에디를 만났을 때, '검은색 바나나 모양 안장이 달린 빨간색 허피자전거'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기 위해 착한 일을 하는 에디를 보면서 커다란 인형의 집을 선물로 받기 위해 아버지의 구두를 닦고, 어머니를 도와 설거지를 했던 내 유년의 시절을 회상했다. 어느 소년 소녀가 생각하고 행동할 법한 공감가는 에디의 이야기. '아~나도 그때는 그랬지!'라고 공감을 하면서도 어느새 성인이 되어버린 나는 나도 모르게 어른의 눈으로 에디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신 후, 혼자서 힘들게 생계를 꾸려가는 어머니의 형편을 알아주지 않고 어머니가 정성껏 뜬 스웨터를 받고서 기뻐하지 않는 모습이라던지 어머니를 비롯해 외조부모님께 버릇없고 비뚤하게 구는 에디의 모습이 야속하고 철없이 느껴지는 나를 보고 있노라면…….

처음에는 그랬던 것 같다. 갖고 싶은 것을 마냥 바라고 그것을 갖기 위해 애쓰는 에디의 모습이 공감하면서도 어른의 시각으로 에디를 바라보면서 사려 없고 철없는 에디를 탓했다. 정작 나 또한 에디의 나이때쯤 갖고 싶은 것을 갖기 위해 부모님께 잘 보이려 노력하고 떼를 썼던 적이 있었음에도……. 하지만 글이 점점 전개되고 에디의 이야기에 몰입해가면서 어느새 유년의 그 때로 돌아가 에디가 되어있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어른들에게 서운해하고, 괜한 고집을 부리는 에디. 그것이 낳은 비극적 결과. 갖고 싶었던 자전거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감과 자전거를 받아야함이 마땅함에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로 마음은 원치 않으면서 외조부댁에서 집으로 돌아가겠다 고집을 부리는 에디. 그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피로에 지친 어머니가 운전 중 잠이 들어버리면서 교통사고가 나 결국 어머니를 잃게 된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신을 타이르고자 했던 어머니께 사과도 하지 못하고 고집을 부렸던 에디는 어머니의 죽음이 상처와 죄책감으로 남아 자신을 괴롭히게 되고 지금까지의 모든 것에 회의적이게 된다.

풍요롭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부족한 것 없이 안락했던 아버지의 생전을 그리워하고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까지 빼앗아간 하나님을 원망하는 에디는 외할아버지와 함께 카드를 하고 크리스마스 전야제때면 '몰래 훔쳐보기 대작전'을 하던 옛날의 자신을 잃어버려간다. 원하는 것은 뭐든지 갖고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는, 부모님의 참견도 받지 않고 어른처럼 인정받는 것 같은 타일러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에디는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것을 부정하며 타일러와 같은 인생을 살고자 희망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점점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에게 상처를 주고 배척해간다.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마음을 알면서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 채 상황은 점점 나빠져만 간다.

어느덧 어머니를 잃은 지 1년, 열세살의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되는 에디. 자신이 그렇게 갖고 싶어 했던 '검은색 바나나 모양 안장이 달린 빨간색 허피자전거'를 창고에서 봤을 때 그 기분은 어땠을까? 할아버지의 후회처럼 무리해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지 않았다면 어머니를 잃을 일도 없었을 것이고, 자신의 아픔을 주체하지 못한 채 분노에 휩싸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를 잃는다는 것. 열두살, 어린 에디가 감당하기에는 분명 힘든 일일 것이다. '내가 지나왔지만 내 얘기같지 않은 시간들'이라는 에디의 표현처럼 마냥 꿈만 같고 인정하기 힘든 시간일 것이다. 곁에 외조부모님들이 있다지만 그래도 부모의 손길이 그리운 나이고 부모의 부재를 받아들이기에는 어리니깐. 나 또한 어릴 적 아버지를 떠나보내야만 했을 때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하고 세상이 밉기도 했다. 왜 나에게 이런 아픈 일이 닥쳤는가 싶기도 했고……. 하지만 에디의 곁에 여전히 자신을 사랑해주는 이들이 있듯, 나에게도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이 있었고 잠시였지만 나의 원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인도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그 슬픔의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 에디 또한 그렇게 이겨내길 바랐다. 

에디는 하나님을 원망하고 모든 것을 부정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했지만 하나님을 통해서 구원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외할아버지와 같은 말을 하면서도 자신을 이해하는 듯한, 에디만이 만난 러셀할아버지가 세상에 분노하고 힘들어하는 에디를 도와주기 위해 감싸주기 위해 온 하나님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집을 나오기로 결심하고 집에서 나와 닿은 횡량한 옥수수밭에서 후회하고 갈등하면서도 다시 돌아갈 용기가 없어 주저하는 에디에게 다시 한번 용기를 주는 러셀할아버지. 그렇게 에디는 폭풍을 헤치고 자신이 만들어 놓은 세상 밖으로 용기있게 나온다.

다시 한번 주어진 삶, 모든 것을 되돌려 놓을 수 있는 기적같은 일이라고나 할까! 잠에서 깨어난 에디는 열세살이 아닌 그리워했던 어머니가 있는 열두살이었고 그 해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었다. 어머니가 곁에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스웨터를 순수하게 기뻐하는 열두살의 에디였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에디가 어머니를 잃고 방황했던 것은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로 허피자전거를 선물 받았다는 것이나 에디가 잠들어 있는 중 자전거를 타고 가는 에디와 닮은 아이를 봤다는 이야기를 전한 이름 모를 남자가 다녀갔다는 점에서 이건 꿈이 아니라 모든 것을 늬우치고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을 깨달은 에디에게 다시 한번의 바로잡을 기회를 준 하나님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 편의 동화같은 <스웨터>는 너무 익숙해 그 소중함을 잊고 지냈던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매 순간을 함께 하며 기뻐할 수 있는 이 삶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해주는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