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무인도에 떨어졌다>는 무인도에 떨어진 한 남녀가 무인도에서 보내는 좌충우돌 표류기와 더불어 그들의 과거가 교차되어 전개되는 소설이었다.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봄직한 소재, 무인도 표류기! 서영과 태민을 통해서 그들의 유쾌한 이야기를 지켜 보면서 마음껏 웃었다.

 회사에서 포상휴가로 발리로 여행왔던 서영와 태민이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위해 바다로 나왔다가 날씨의 갑작스런 변동으로 좌초되고 바다에 휩쓸려 무인도로 떨어지게 되면서 두 사람의 무인도기가 시작된다. 무인도가 배경이긴 하지만 이야기의 초점은 두 사람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진다. 광고회사의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인 태민과 서영이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감지되는 묘한 기류는 동료관계가 아닌, 애정이 바탕된 관계로 보였기에 과연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는지 궁금증을 유발했다.

 중간중간 그들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전개되면서 조금씩 궁금증이 풀려갔지만 또 다른 의문을 낳기도 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광고회사의 신입사원이 된 서영과 그녀의 상사인 줄도 모르고 실수를 저지르며 인상적인 첫만남을 가지게 된 실장 태민. 분명 서영만 남다르게 대하는 태민의 행동을 보면 서영을 좋아하는 것이 분명한데 자신의 감정은 매번 부인한 채 애매모호한 반응만을 보이는 태민을 보면서 답답했고 진정 그의 마음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특히나 태민의 옛애인인 휘연이 돌아 오게 되면서 조금 진전 있어 보이던 그들의 관계는 그냥 상사와 부하직원으로 선을 그어가는 것 같았다. 태민이 서영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질라 싶으면 강한 태클을 걸며 서영을 괴롭히고 심지어 휴가까지 와서 서영을 몰아 붙이는 휘연의 억지스런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고, 분명 좋아하는 사이임이 분명한데 겉돌기만 하는 태민과 서영 두 사람이 답답하게 다가왔다.

 두 사람의 어중간한 관계가 달라지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바로 무인도에서 두 사람의 생활이 시작되면서 부터이다. 아무 감정이 없는 남녀도 무인도에 두 사람만 있다면 정분이 날만한 법, 서로에게 관심이 있는 서영과 태민은 하물면 어떻겠는가! 다가설 듯 받아들일 듯 하면서도 진정으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두 사람을 볼 때면 정말 애가 닳았다. 그러한 두 사람 사이에 또 다른 촉진제가 되어 준 오스칼로의 왕자, 키데스! 서영과 태민 두 사람만이 있던 무인도로 새로운 신입으로 들어온 아름다운 이국의 왕자 키데스가 서영에게 반하게 되면서 서영을 사이에 두고 태민과 키데스의 강렬한 견제가 시작된다.

 결국 키데스를 찾아 나섰던 오스칼로 왕실에 의해 세 사람은 구조되지만 휘연을 사이에 둔 태민과 서영의 오해는 깊어지고, 잘못된 의사소통으로 인해 서영은 키데스의 청혼을 받아들이게 된다. 키데스의 가족들은 서영을 열렬히 환영하지만 일 문제와 외우기가 너무 힘들어 보이는 키데스 가족들의 긴 이름 때문에 키데스의 청혼을 거절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서영은 태민과 뜨거운 재회를 하게 된다.

 자신을 괴롭히는 휘연에게 당하지만 않고 똑부러지는 말로 당당하게 배로 갚아주는 서영의 성격이라던지 긍정적이면서 활달한 그녀가 참 마음에 들었다. 보통은 남주에 무한 애정을 주는 데 이번 같은 경우는 외모도 성격도 아주 매력적인 서영에게 애정을 많이 줬던 소설이었다. 반면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매번 기회를 놓치는 태민의 우유부단함 때문인지 잠깐 등장했던 오스칼로의 왕자 키데스가 더 강한 인상을 줬던 것 같다. 물론 휘연은 그에게 있어 과거의 사람일 뿐 현재의 사랑은 서영이었고 휘연의 계략과 방해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로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던 것이지만 그가 좀 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입장을 분명하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서영의 통통 튀는 매력과 태민의 무늬만 뻔뻔스러움이 꽤 잘 어울렸던, 두 사람의 유쾌한 무인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