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와 소통하기」 크리스텔 프티콜랭, 배영란 옮김, 나무생각(2015)


노키드존이나 맘충이란 단어를 보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단어들을 곰곰히 되새겨보면 요즘의 부모라면 그런 비난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를 상사로 모시고 있으니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식당 같은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잘못을 해도 내버려두니 식당에서 '노키드존'이라 써붙이고 인터넷 상에서는 막나가는 아이를 내버려두는 엄마를 '맘충'이라 비난하는 거겠지요.

아이를 상사로 모시지 않고 아이와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내 아이와 소통하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아이에게 부모로서 권위를 찾으라고 합니다. 안 되는 것에 대해 한계를 설정해주고 아이의 의사를 묻기보다는 어른으로서의 상식을 되찾으라고 합니다. 맘충이나 노키드존 논란을 일으키는 '아이를 상사로 모시는 부모'는 우리 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에도 있는 모양입니다. 얼마전에 읽었던 조 프로스트의 <토들러 육아법>에서도 권위적인 부모의 역할을 되찾으라 했으니 어쩌면 전세계적인 현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겠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베풀면서 키우겠다는 바램들이 지나쳐서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문제가 되나 봅니다. 자상한 부모상을 그리며 아이를 키우는 것이 한계에 부딪혔는지도 모릅니다.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고 싶다는 부모의 생각이 아이를 독불장군으로 만들게 하고 아이와 다른 생각을 하는 부모는 끝내 아이와 싸우게 됩니다. 아이의 선택권을 지켜줄 것인지, 어른으로서의 상식을 지킬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아이의 성장을 생각한다면 상식을 지켜가며 육아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책에 나온 예로, 아이의 선택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뭐 먹을 거냐고 물어 초콜릿과 감자튀김만 먹이면서 아이를 키울 수는 없는 거니까요.

아이와 소통하는 방식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부모로서의 역할을 찾아 아이를 아이로 대해주면 됩니다. 아이를 일찍 재우고 음식을 골고루 먹이며, 아이가 탈수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신경을 써줍니다. 그리고 아이보다 부모가 더 힘이 세다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아이를 자애롭게 대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을 봐달라고 요청하는 아이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하는 아이들에게 시간을 내어줄 줄도 알아야 합니다.

아이 넷을 키우는 저는 책 속에서 사랑과 모성을 혼동하지 말고 모성과 가사를 혼동하지 말라(64쪽)는 말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사랑하기에 온갖 굳은 일을 다 하지만 일을 하느라 아이들과 눈을 마주칠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오늘은 공부하고 싶다는 둘째의 요구를 설거지 하면서 거절했습니다. "바쁘니까 안 돼. 엄마는 숨 쉴 틈도 없어." 설거지가 아직 어렵다면 빨래 개는 것 정도는 아이들에게 부탁해도 될 것 같습니다.

둘째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해 가슴이 아픈 저에게 저자는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다고 위로를 합니다.
아이들에게 한번도 짜증내지 않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줄 수 있는 부모는 없겠지요. 저자는 부모의 이기주의를 회복해서 좀더 부모가 편해져라고 합니다. 아이들 장난감 살 돈을 아껴서 식기 세척기를 사라고 하니까요. 부모가 편해져야만 아이와 더 잘 소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부모로서의 권위를 내세우면 아이들과의 사이가 멀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만 저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육아를 산악 안내에 비유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부모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와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아이는 아이로 대해줘야 한다고 합니다.

육아는 언제나 큰 숙제입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아이를 키우는 시간도 금방 지나갑니다. 아이와 전쟁하기보다 아이와 함께 성장해하기를 바란다면 「내 아이와 소통하기」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완벽주의 부모상에서 벗어나서 아이를 아이로 키우는 방법이 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