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능행 지음, 마음의 숲(2015)

죽음을 생각하면 두려워집니다. 가족과의 이별, 특히나 어린 아이들을 두고 떠나야 하는 것에 온몸이 저려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럼에도 항상 죽음을 염두해 두고 살아야 합니다. 영원히 살 수 없기에, 언제 죽음이 찾아올지 모르기에 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죽음을 생각하며 사는 삶은 절망적이지 않고 오히려 현재를 더 충실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20년동안 죽음을 배웅한 능행 스님이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죽음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책을 집필하셨습니다. 죽음과 스치는 것조차 자신이 없던 저는 책을 펼까 말까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책을 펴는 순간 오히려 죽음에 대해 의연해지고 어떻게 죽음과 마주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죽음을 생각해도 조금은 여유가 생깁니다.

죽음은 탄생과 함께 시작되고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것입니다. 이미 이 사실은 알고 있지만 막상 죽음이 삶 속에 파고들면 무서울 겁니다. 어떻게 해야 죽음을 덜 두려워할 수 있을까요?
죽음에 대한 공부를 하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보는 것이 좋습니다. 유언을 미리 남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능행스님은 조언합니다. "어머님 심부름으로 이 세상에 왔다가 이제 심부름을 다 마치고 어머님에게 돌아갑니다."라는 조병화 시인의 유언을 들으니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방법 중에 미야자키 시에서 보급한 엔딩노트도 좋은 듯합니다. 죽음의 언저리에서 의사결정권을 주장하지 못할 만큼 쇠약해졌을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죽음에 가까이 가게 할지 미리 결정해 두는 거지요.
회복가능성이 없을 때 어느 정도로 치료를 할 것인지 미리 기입해 두고 가족에게 전하는 말, 기대수명을 듣고 싶은지 여부 등을 미리 기록해 둔다면 남겨진 사람들이 대신 결정한 후에 후회할 일을 줄여주게 될 테니까요.

죽은 이후의 삶이 어떠할지 살아있는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애벌레가 세상의 끝이라고 말하는 것을 우리는 나비라고 부르듯이(54쪽) 죽음이 또다른 삶일지도 모릅니다.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만 하고 잘 살기 위해서는 죽음을 늘 염두해둬야 합니다.

죽음이 멀지 않은 분들이나 혹은 누군가를 떠나 보내야 하는 분들, 죽음 앞에서 깨어있고자 하는 분들에게 능행스님의 「숨」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