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 예술가, 세상 밖으로」, 샘 버넷, 오후의 책(2015)

대단한 책을 만났습니다. 어정쩡한 제 모습을 정확히 진단하고 앞으로 나가지 못 하는 이유를 파악해서 뭐라도 성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책을 만났습니다. 「독거 예술가, 세상 밖으로」라는 책인데,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저를 위해 개인적으로 조언해주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 정확히 제 상태를 지적해줍니다.

저는 어정쩡한 사람입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즐기며 코바느질을 잘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 하고 있습니다. 코바늘 인형을 사진 찍어 동화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아이디어나 코바늘로 만화 캐릭터들을 모두 만들어보고 싶다는 아이디어나 제 전공이었던 한국어 문법에 관한 책을 써보고 싶다던가, 아이들을 위한 동화, 어른을 위한 동화, 시골살이에 대한 수필 등을 써보고 싶다고 수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만 하나의 성과도 만들어내지 못 했습니다.
아이를 보느라 시간이 없어. 누가 이런 글을 읽어줄까? 이미 나와 있는 책이 얼마나 많은데... 투자 대비 수익성은 있을까? 글을 쓰고 마무리하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까? 그걸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나는 원래 그렇게 인내심이 강하지 못 해.

내 속의 이런 말들을 이미 저자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이 들어 생산적인 활동을 방해할 때를 대비하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좌뇌의 비판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세세하게 알려줍니다. 산책하면서 숫자 세기과 목욕할 때의 반복적 행동 등으로 좌뇌를 바쁘게 만들자는 거지요.

완벽주의적 생각이 창작을 멈짓하게 한다면 C를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해줍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C가 낫다는 거지요. 잘 해보겠다고 기한을 넘겨버리는 것보다는 기한 내에 뭐든 하는 게 나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잘 못할까 봐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지요. 제 눈에 C이지만 다른 사람의 기준엔 A일 수도 있으니까요.

생산적인 활동을 멈칫하게 하는 것들을 극복하고 어떤 활동으로 인생을 더 멋지게 꾸려나갈지에 대한 판단을 연습하게 해줘서 이 책을 덮을 때에는 정말 뭔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합니다. 대단한 것은 아니더라도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거 예술가, 세상 밖으로」의 저자 샘 베넷이 지적했듯이 우리는 모두 창조적인 예술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성과를 내고 수입을 얻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 하고 그저 표류하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뭔가를 하고자 할 때, 스스로 발목을 잡아버리거나 수많은 찬사 뒤에 단 한 사람의 비난에 가슴 앓이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때로는 위로가 되고 때로는 뭔가를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