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눈을 뜨고 있어도 코를 베어가는 곳’이라는 말을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서울만이 아니라 ‘세상이 눈을 뜨고 있어도 코를 베어가는 곳’이란 생각이 듭니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습니다. 몸이 으실으실, 목이라도 칼칼해 지는 것을 느끼면 ‘감기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으레 약국에 들러 ‘쌍화탕’을 주문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내 손에 주어지는 것은 ‘생강쌍화.’

‘응? 이건 뭐지?’

‘이건 생강이 첨부되어서 더 좋은 거에요’ 내 혼잣말을 어떻게 들었는지, 약사는 미소와 함께 한마디의 말을 덧붙입니다. 그 미소를 보며 묘한 느낌이 들곤 했지만, 약사가 권해준 약이니 몸에 좋겠지라고 생각을 하고 마시곤 했습니다.

그러나 “쌍화탕” 또는 “원방 쌍화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xx쌍화’, ‘쌍화원’, ‘쌍화보’, ‘쌍화골드’, ‘궁중쌍화’, ‘생강쌍화’라는 것은 약품이 아닌 혼합 음료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충격에 빠졌습니다. 혼합음료는 말 그대로 의약에 대한 약효가 없습니다.  따라서 그 안에 생약에 관한 함량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마치 사기를 당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약이 아닌 음료수를 꿀꺽꿀꺽 먹은 저는 ‘아~ 개운하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럼 그건 약효가 아닌 ‘플라시보 효과’를 본거네요.  기분... 무진장 나쁩니다.

 

‘xx에는 xx약이 좋아’

‘xx병에는 xx가 들어간 것이 직효라고 하던데?’

여기저기서 좋은 영양제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귀에 쏙쏙 들리는 것으로 보아, 이젠 건강에 관한 걱정을 할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신문기사를 보다 보면 큰 지면을 할애해서 약에 관한 기사가 대대적으로 나오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그때마다 ‘아~ 이것은 기존의 약보다 좀 더 큰 효과가 있는 약인가보다’ 또는 ‘이번에 새로 출시된 약으로 기능이 엄청나게 뛰어나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 본 이후로는 그 신문기사의 끝자락을 주의 깊게 보게 됩니다. 신문 맨 처음 또는 끝자락을 잘 보면, 자그마한 글씨로 이 기사는 기사가 아닌 광고선전이라는 문구를 볼 수 있습니다. 마치 광고를 기사인 것처럼 꾸며서 선전하는 거죠.

신문에 나오는 것은 ‘기사이다’.

‘기사는 사실이다’라는 착각을 일으켜서 우리를 현혹시키는 것입니다. 정말 불쾌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현혹시키는 것은 단지 ‘신문광고’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뇌 속에 각인된 이미지를 통한 현혹 또한 많습니다.

 

‘미제’, ‘물 건너온 제품’

 

제가 어렸을 때, 워낙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지금은 한국 제품이 놀라운 디자인과 품질로 전세계의 시장을 휩쓸고 있지만 수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제품들은 조악하거나 불량제품으로 취급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서 당시 선진국이었던 미국의 제품, 즉 ‘미제’란 단어는 상품의 가치와 품질을 보증하는 진정한 보증서였습니다. 그런 추억 때문일까요?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막연하게 우리나라 제품보다 미국 제품이 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약이나 영양제, 건강식품에 대해서는 더욱 더 신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의약품을 제외한 미국에서 나오는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은 매우 위험하기 그지없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미국의 FDA(식품의약국)은 우리나라의 식약청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그 깐깐하기로 약품검사와 심사체계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곳은 워낙 로비가 강력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 강력한 로비로 인해 1994년 제정된 DSHEA법에 의하면 의약품이 아닌 서플리먼트(영양제 또는 건강식품 등 의약품 비슷한 효능을 가진 제품들)는 FDA의 승인이 아닌 신고에 의한 판매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것의 가장 큰 문제는 DSHEA법이 국민의 안전보다 철저히 식품업계의 이익을 보장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나 유럽 등은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서플리먼트의 판매를 허락하지만 미국은 간단한 서류 신고만으로 자유롭게 서플리먼트를 생산, 판매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설사 제품에 문제가 있더라도 회사에서 자진해 수거하지 않으면 행정당국이 강제로 이를 집행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정말 정말... 쇼킹 그 자체입니다.

 

‘묻거나 따지지도 않습니다.’

한때 이 보험광고가 정말로 유명했습니다.

그러나 묻거나 따지지 않고 가입했던 보험이 얼마나 많은 보상을 해줄까요?

 

혹시 의약외품들도 ‘묻거나 따지지 않고’ 구입하고 계시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져봅니다.
효과는 정말 있나요? 혹시 독성여부는 검사해보았는지 증명서류는 보셨나요?

사람의 입에 들어가는 것. 믿음을 갖는 것은 좋지만 상식에만 의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알지 못했던 의약외품에 관한 뒷 이야기…

영양제 119. 꼭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