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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작은 꽃밭이지만 롤모델이 필요해 이런저런 책을 찾아본 적이 있다.

아무래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타샤튜터의 '나의 정원'

타샤 할머니의 정원은 정말 근사해서 '아름다운 나의 정원', '타샤의 집', '행복한 사람 타샤튜터' 등등

비슷한 책들을 다 찾아 읽은 것 같다.

읽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지만, 아무래도 외래종 꽃들이 많다보니 감히 내가 심어볼 꿈을 꿀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물방울 서평단에서 만나게된 '아침고요 정원일기'

짐작했겠지만 '아침고요수목원'의 365일을 기록한 책이다.

표지에 보이는 아침고요수목원의 풍경이 참 아름답다.

아마도 수목원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도 직접 본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풍경을 책속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는

새벽 안개자욱한 정원의 풍경, 꽃이 막 피기 시작하는 무렵과 꽃이 다 진후 나무에 남은 꽃잎의 흔적 등

우리가 보았던 것과는 또 다른 수목원의 풍경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4부로 구성되어 행복, 위로, 희망,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의 매력이라면 꽃에 대한 이야기만 풀어놓은 것이 아니라

저자인 아침고요수목원장 이영자 씨가 꽃과 정원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쓴 글이어서

공감할만한 대목이 참 많다는 것이다.

중간중간 소개되는 수목원 곳곳의 풍경은 긴 책을 읽으면서도 지루할 틈이 없게 마음을 홀린다.

다양한 꽃에 얽힌 이야기들, 그 꽃을 만나기까지의 과정과 심고 가꾸는 일상이 잔잔하게 필치로 소개되고 있다.

나의 경우는 '아이리스'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꽃에 얽힌 이야기는 언제나 낭만적이다.

고향집정원에 핀 벚꽃...

아 정말 아름답다.

수국의 시든 꽃송이.

수국을 좋아해 한껏 만개했을 때에 동네에 수국나무를 자주 찾아가 보곤 했는데,

시든 후에는 이런 모습이라는 것을 몰랐다.

꽃은 졌지만 만개했을 때와는 또다른

나름의 색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사실 아침고요 수목원을 방문했을 때가 늘 휴가철 아니면 주말이어서

사람이 많고 복잡해 그 안의 꽃을 제대로 즐기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수목원 초창기에는 자연스럽게 자란 꽃 나무들에 비해 만들어놓은 조경이 어쩐지 인공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렇게 책을 통해 한적할 때의 수목원 풍경을 보니 참 좋다.

초창기 다소 인공적이었던 부분도 꽃과 나무들이 자라 자리를 잡아가면서 자연스러운 풍경이 된 것 같다.

꽃과 나무 하나하나를 만나는 일에 애정을 쏟고 의미를 부여하는 이영자 님의 글을 읽다보니

마음이 한결 정화되는 느낌에 행복해졌다.

빌딩숲에서 심신이 지쳐가는 도시인들에게

기분전환이 될만한, 상쾌함을 단번에 선사할만한

그런 싱그러운 책을 만나게 되어 참 기쁜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