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없는 고양이, 키티의 장수비결

섹시함을 강조하는 사회의 트랜드바람에도 키티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일본의 가와이 문화 때문에 살아남은 건지, 마니아 층의 전폭적인 지지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까다로운 헐리우드 스타들의 악세서리로, 유아들의 장난감으로 흔히 볼 수 있는 키티는 모르면 간첩으로 오해받을 정도로 유명한 상품이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헬로키티 성공신화를 모르는 이가 있나 싶다. 이 책을 말하는 게 아니라 헬로키티가 장수 캐릭터라는 사실을 말하는 거다. 당신은 키티를 왜 좋아하나요?, 라고 물었을 때 대부분은 당연히 심플한 디자인 때문이라고 대답하겠지만, 정말 왜 이렇게 심플한 디자인이 사랑을 받는 걸까. 캐릭터 디자인을 직업으로 삼고 일하고 있지만, 사실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국민가요, 누구나 친근하게 여기는 국민MC(유재석 또는 강호동), 누구나 한 명쯤 있을 법한 국민 여동생 등 헬로키티가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성을 띄는 친근하고 편한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실증나지 않는 디자인, 다양한 옷에 매치해도 어울리는 색상 등.

덧붙여, 배려를 모티브로 한 마케팅이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키티 제품을 돈 주고 산 적이 있는지 아득할 정도로 키티의 열혈 팬은 아니다. 귀여운 척, 예븐 척 하는 것을 싫어하는 지라 감히 키티가 달린 머리핀을 할 용기도 없다.(유아기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남자들 중에는 키티 담요를 두루고 있는 평범한 여자들을 치를 떨며 싫어하는 것도 보아왔다. 왜 냐고 물어본 적이 없어서 확실한 이유를 제시할 순 없지만 짐작하는 바는 있다. 귀엽게 생기지도 않았는데 귀여운 척 한다, 라는 의미 아닐까. 섹시코드를 원하기 때문에 자신이 지향하는 것이 아니면 무조건 적으로 싫어하는 단무지스런 이유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헬로키티는 언제나 트랜드를 담고 있다. 

아무튼 헬로키티는 문구점, 키티 전문점, 백화점의 키티 코너, 대형 캐릭터 완구 매장 등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키티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던 내가 이 책을 열광하게 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티셔츠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게 되면서부터 어떻게 만들 것인가 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기 때문에 인기있는 캐릭터에 관심이 생긴 것이다. 웃긴 점은 직원으로서 텍스타일 수습 디자이너로 있을 때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지금에 와선 하고 있는 것이다. 출판물과 연관해서 캐릭터 디자인을 부곽시키고픈 욕심이 있으며,  관심이 생긴 이유가 위치가 달라졌기 때문이 큰 몫을 차지했다. 직원에서 프리랜서, 그리고 조금 더 상승해나가고 있는 내 위치, 그리고 높아진 목표 등이 주된 이유다.

그렇기에 침체기의 산리오를 살린 아이디어와 감성 마케팅은 눈여겨 볼 만 했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

키티가 입이 없는 이유, 시리즈 별로 달라진 키티의 변화, 현재 뜨는 트랜드를 키티 안에 녹여 넣은 디자이너의 열정 등. 

책을 읽기 전엔 몰랐던, 아니 관심도 없었던 헬로키티 수석디자이너들과 산리오라는 거대한 기업을 이렇게 얕은 지식으로나마 알고 나니, 키티를 보는 관점이 달라져 버렸다. 일부 남자들이 말하는 '귀여운 척... 키티'가 아니라 '기업과 디자이너 개인, 그리고 많은 아이들의 희망을 지켜준 키티'로 말이다.

경청의 아이콘, 키티! 단순하기에 질리지 않고 보는 이마다 색다른 해석을, 자신의 기분을 투영시켜 덩달아 우울해 보이기도 하고 웃는 모습으로도 그려지는 키티. 키티는 대중성을 포함한 하나의 아이콘이다. 우정과 사랑을 넘어 경청과 소통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