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다 신조가 쓴 '작가'시리즈 두번째 작품이다. 미쓰다 신조와 친구 신이치로가 헌책방에서 발견한 '미궁초자'라는 동인지를 읽으면서 생기는 기묘한 일들을 엮은 책이다. 그들은 미궁초자에 실린 미스터리 단편들을 읽고 난 후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된다. 그 현상이란 짧은 글 속에서 일어난 일들이 현실에서도 똑같이 재현되는 일이었다. 안개가 짙게 깔린 글이라면 미쓰다 신조나 신이치로 주변에도 안개가 짙게 깔린다. 단편 속에 숨겨진 단서들을 찾아 미스터리를 해결하면 감쪽같이 그 기이한 일들은 사라진다. 봉인되어 있던 결말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던 미궁초자의 전 소유자들과 달리 미쓰다 신조와 신이치로는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전작 <기관>에서도 그랬듯이, <작자미상>에서도 허구와 현실을 교묘히 섞어 비틀기 바쁘다. 전작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더라. 게다가 수수께끼를 던져 놓은 뒤 논리적인 해답을 구현하는 방식의 전형적인 추리 소설의 포맷을 차용해 독자들은 또 정신없이 휘둘리고 만다. 호러쪽으로만 강한줄 알았는데 추리도 탁월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미쓰다 신조. 이미 전작들에서 증명된 바이지만 어쩜 이렇게 매번 당하는지 모르겠다. -.-;

 

전편 <기관>보다 스토리가 더 탄탄해져서 돌아온건 인정 하겠으나, 호러가 가미된 오싹함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 호러보다는 미스터리가 더 강한 느낌. 수수께끼를 먼저 제시하고 논리적인 사건 해결을 통해 미궁초자에 얽힌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설정된 장치들은 반전의 재미를 선사한다. 뒷통수 때리는 반전은 여전하지만 그것도 반복되다 보니 내성이 생기나 보다. 처음에 깜짝 놀랐던 마음은 차츰 사라지고 나중에는 그럴수도 있겠구나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특유의 작풍에서 나오는 으스스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미쓰다 신조의 다른 작품들 보다 밤에 읽을 수 있는 무난함(?)에 편하게 읽은 것 같기도 하다. 밤에 읽을 수 없게 만들던 오싹함이 전편보다는 조금 덜 한다 하더라도 작가의 실력은 여전했기에 등골 서늘하게 만드는건 여전했다.

 

전편보다 약한 오싹함에 전편이 줬던 재미보다 조금 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흔하게 볼 수 없는 액자식 구성도 돋보였고 진정될 틈도 없이 후려치는 반전의 재미 또한 놓칠 수가 없었다. 조금은 작위적이라는 생각에 실망 아닌 실망도 했다. 하지만 도조 겐야 시리즈부터 내공을 탄탄하게 쌓아온 작가이니 다음편도 기대하게 만들기는 충분하다. 미쓰다 신조의 어느 작가 시리즈보다 강한 호러를 보여준다는 <사관장/백사당>도 꼭 만났으면 좋겠다.

 

작자미상, 미쓰다신조, 작가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