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애꾸눈 소녀>로 국내 독자들에게 얼굴을 알린 본격 미스터리의 차세대 주자 마야 유타카의 데뷔작이 출간되었다. 천재의 데뷔작이라는 엄청난 수식어가 붙은 책이라 호기심이 동했다. 개인적인 취향 탓으로 일본의 본격 미스터리물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천재라는 수식어 앞에 팔랑거리는 얇은 귀는 어쩌질 못하겠더라.

 

추리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탐정인 기사라즈에게 두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굴지의 대기업 이마카가미 가문의 장남 이토에게서 온 방문을 원한다는 초청의 편지와 초청에 응하면 죽이겠다는 의문투성의 협박장이다. 기괴한 사건만을 쫓아다니는 기사라즈는 이토의 초청에 응하게 되고 친구인 '나'와 이마카가미 가문이 살고 있는 창아성을 방문한다. 하지만 이들을 초청한 이토는 목이 잘린 시체가 되어 발견된다. 한편 이토의 목을 찾으러 나선 형사들은 이토의 아들 아리마의 목을 찾게 되고 사건은 연쇄살인사건으로 발전되며 기사라즈는 괴이한 이 사건에 흥미를 느낀다.

 

이 소설에서 특이한 점은 두 명의 탐정이 등장한다는거다. 주인공인 기사라즈와 거들먹거리며 후반부에 등장하는 탐정 메르카토르 아유. 둘 다 훌륭한 추리를 들이대지만 진실은 저 너머에... 일반적인 탐정 소설에서 볼 수 있었던 플롯은 작가에게는 과감히 버리는 패였다. 그럼으로써 더 짜릿한 반전이 된건 사실이지만. 작가가 그걸 노렸던 것 같기도 하고...

 

반전을 위해 쓴 소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살인 사건의 장치들은 오로지 반전을 위해 존재했다. 빈틈없이 배치된 복선과 정교한 트릭들은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데뷔작이 이 정돈데 이후 나오는 작품들은 도대체 어느 경지에 올랐을까 궁금해진다. <애꾸눈 소녀>를 읽어 보질 못해서 단 하나의 작품으로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입소문을 들어 보면 과한 평가는 아닌 것 같다. 천재라는 수식어가 흔해 보여도 무언가 대단한 능력을 보여줬을때 붙힐 수 있는 수식어니까 말이다. 

 

작가의 의도로 보이지만 추상적인 의미들은 이해하기 조금 힘들었다. 신화적인 요소들도 생각보다 많았고. 작가가 다양한 방면으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건 충분히 알겠더라. 추리 소설들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도 보였고. 개인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반전을 좋아하는지라 복잡하고 억지스러워 보이는 반전들은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별로 논리적이지 않은 반전에 납득당한걸 보면 작가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본격 미스터리물을 애정하는 사람들과 반전의 짜릿함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엄지 손가락 번쩍 들며 추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감히 말한다. 하지만 너무 극적인 반전이다 보니 어떻게 보면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뉠 수 있는 이야기다. 논리적으로 풀 수 없는 문제이다 보니 생기는 현상일텐데 그저 즐기기엔 이 정도면 더 없이 훌륭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날개달린어둠, 마야유타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