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이름이 삼바라니, 댄스 종류처럼 들리는 그 이름이 참 특이했다. 최근 영화화 된 <웰컴 삼바>는 이름만큼이나 멋진, 그러나 현실적인 소설이다. 프랑스의 이민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최근 샤를리 에브도 사태로 인해 다들 알 듯 하다. 물론 그 문제엔 다른 여러 복합적 요소가 엉켜있다. 그러나 그 원인 중에 이슬람 이민자들이 핍박 받고 있는 현실도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웰컴, 삼바>에서는 이처럼, 자국이 아닌 타국으로 와서 고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태어난 나라>와 <자신의 나라>가 다른 ‘삼바’. 그를 통해 존재를 거부당하며 삶을 연명하고 있는 고달픈 불법체류자들의 삶을 그려낸다. <웰컴 삼바>는 이민자와 난민을 돕는 ‘시마드’라는 단체에서 일하는 ‘나’가 삼바와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쓰였다. 실제 시마드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델판 쿨링은 그녀의 경험을 토대로 이 소설을 썼다. 그래서인지 묘사가 적나라하다. 피부 밑에서 소름이 올라오는 게 느껴지고 경악을 금치 못할 만큼 그 표현이 잔인하기도 했다. 아마 프랑스에 도망 온 이민자들이 실제로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서 겪었을 고통은 더욱 잔인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온 프랑스였는데, 이곳에서의 삶 역시 순탄하지 못하다.

사건은 삼바가 프랑스에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의 증표, 체류증을 연장하지 못한데서 시작된다. 삼바는 프랑스를 사랑하고, 세금을 내며, 프랑스에서 10년을 넘게 자신의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체류증 연장을 거부당하면서 더 이상 프랑스에 머무를 수 없는 신세가 되어버린다. 삼바는 다른 사람의 체류증으로 프랑스에서 살아간다. 처음엔 삼촌 ‘라무나’로, 그 다음엔 ‘모디보 디알로’가 된다. 그리고 어디에선가 새롭게 삶을 시작할 그는 이제 ‘조나스’가 될 것이다. 그의 진짜 이름인 ‘삼바’는 프랑스에서 중요하지 않다. 그는 다만 대체될 수 있는 노동력에 불과하다. 그리고 경찰에게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도록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부푼 꿈을 안고 태어난 땅에서 벗어났다. 그에겐 희망이 있었고, 그것이 그를 이끌어왔다고 삼바는 믿었다. 그러나 곰팡이 눅눅한 프랑스는 더 이상 자유, 박애, 관용의 나라가 아니었다. 희망은 좌절되었고 삼바는 점차 정직함도 버렸다. 희망이 아닌 그저 사건의 우연한 연속이 그의 삶을 이끌었다. 삼바는 프랑스에서 전혀 WELCOME 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대학입학증서까지 있는 삼바였지만, 그는 고향에서 계속 살았던 아버지와 별반 다른 삶을 살지 못했다. 공사장에서 일하고, 쓰레기를 분류하고, 판자에 온 몸을 의지한 채 창문을 닦고,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음식물을 구했다. 전혀 더 나은 삶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떠한 희망을 삼바는 끝내 놓지 않는다. 그렇기에 삼바는 ‘삼바’를 또 다시 버리고 ‘조나스’의 삶을 택했을 것이다. 나는 <웰컴, 삼바>를 하루 만에 다 읽어버렸다. 그가 자신의 체류증을 온전히 받을 거라 믿었기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현실은 잔혹했다.

삼바의 이야기는 결코 남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에도 점차 이민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고, 세계 곳곳에서 어떠한 ‘희망’, 지금보다 부유하진 못해도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믿는 자들이 불법체류자와 이민자가 되어가고 있다. 경제불황 속에서 이민자들을 배척하는 우리네의 모습도 프랑스와 별반 다르지 않다. 모두 살기 힘든 세상에서 누군가 짓눌러야 살 수 있게 되어버렸다. 물론 여기에 상위의 부를 독식하는 자들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다른 민족을 배척, 혹은 옹호하며 정치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만 할 것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세계화 되어가는 상황에서 경제만 세계화 되고 민족들은 더욱 똘똘 뭉쳐 타 민족을 배척한다. 삼바의 말을 빌리자면 삼바의 나라에서 자원을 훔쳐가서 부를 획득한 이들이 가난해진 삼바들을 외면하고 멸시한다.

불법체류자나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는 없었다. 그들을 적대시 하는 누군가는 삼바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프랑스 경관들처럼 너희 나라로 돌아가면 되잖아! 라고 할지도 모른다. 죽음의 이미지가 만연한 그곳으로, 연어가 죽을 자리를 찾아가듯이 말이다. 100% 이해할 순 없어도 삼바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누군가가 있기도 할 것이다. <시마드>에서 근무하는 ‘나’와 ‘마뉘’처럼, 삼바와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사람도 있다. 다른 민족과의 공존이 어려워져가는 현실세계에서 삼바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난 바란다. 삼바가 프랑스에서 ‘삼바’로 살아가는 날이 언제가 오는 것을. ‘조나스’에서 또 다른 누군가로 이름을 바꿔가며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삼바’로 살아가는 날이 왔으면, 도로에서 ‘삼바’라는 외침이 들렸을 때 누군가 춤을 추고 싶어 한다고 생각 하는 게 아니라, ‘삼바’가 저기 있다는 것을 주위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는 날이 오는 것을. 삼바의 아버지가 지어준 바람을 닮은 ‘삼바’ 라는 이름으로 ‘삼바’의 몸과 영혼이 프랑스에서 행복하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을 바란다.

웰컴삼바